국제 에너지 값이 긴축 정책 좌우
기업 성장성 살피는 ‘대원칙’ 중요

지난주 세계금융시장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회의로 분주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 뒀고, 캐나다는 3년여만에 금리를 처음 올렸다. 이른바 통화정책의 ‘슈퍼 위크’를 지나면서 시장의 관심은 글로벌 긴축 기조가 얼마나 지속될 지에 쏠리고 있다.
사실 각국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와 경기부양에서 물가안정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속속 옮겨왔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유가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번질 위험을 더 이상 외면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유가상승이 단발성 물가 자극에 그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꽤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경계심이 최근 커졌다.
물론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단지 유가상승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각국은 지난 수년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체로 돈을 많이 찍고 나라 살림살이를 더 많은 부채에 의존해 왔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이 국가부채의 증가를 불러왔고 이런 화폐적 요인이 물가 불안의 토대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치니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가중된 셈이다. 앞으로 유가마저 안정되지 않는다면,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경로는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길고 지루해질 수 있다.
이제 시선은 내년도 통화정책 향방으로 향한다. 나라마다 물가와 경제여건이 다른 만큼 금리정책의 차별화도 커질 것은 뻔한 이치인데, 이는 환율 변동성과 증시 불확실성을 더 키울 것이다. 통화정책은 더 이상 채권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와 성장, 금리의 상호 작용을 함께 살펴야만 투자의 불확실성도 극복할 수 있다.
첫 번째 가능한 조합은 물가 안정과 경기 연착륙의 좋은 만남이다. 인플레이션이 점차 둔화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묶어두고 가능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를 원할 것이다. 금리의 추가 상승 위험이 줄어드는 만큼 장기국채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기업이익도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주식시장 역시 안정된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는 경우다. 중앙은행들은 금리의 추가 인상 압박을 받게 되고, 장기금리의 상승은 특히 인공지능(AI) 투자와 관련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을 줌으로써 경기와 신용을 압박할 것이다. 채권과 주식 모두 어려워지는 환경이다. 채권은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 위험을 고려해 만기가 짧은 상품 위주로 접근하고, 주식은 높은 과도한 부채와 밸류에이션 부담을 안고 있는 기업을 피해야 한다.
세 번째는 경기 전반의 수요가 예상 외로 빠르게 위축을 보이는 시나리오다. 이미 높아진 유가가 생각보다 별 시차 없이 세계경제를 타격하는 그림이다. 경기부진이 물가 둔화로 이어지면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시장금리도 하락할 것이다. 우량한 장기 국채에는 매력적인 투자 환경이지만, 기업이익 전망이 악화돼 주식시장의 조정은 길어질 수 있다. 위험회피로 금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AI 투자 전반에 찬바람이 불면서 자산시장에 겨울이 올 수 있다.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결국 단기로는 유가 향방이 중요할 것 같다. 국제유가가 조기에 안정된다면 첫 번째 시나리오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중동 정세가 더 악화되고 에너지 충격이 길어진다면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을 거쳐 곧 침체로 이어지는 경로를 피하기 어렵다. 물가를 잡으려는 긴축이 결국 수요를 꺾어 경기침체를 부르는 역설이다.
문제는 지금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통화정책의 향방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투자자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주식시장은 금리 하나만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의 거장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했다. “앨런 그린스펀이 향후 2년 간의 통화정책에 대해 내게 귀띔해 주더라도 나는 다르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18년 넘게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내면서 통화정책의 거장이라는 별칭을 받은 인물이다. 버핏의 이 말은 경제상황보다 기업의 본질 가치에 주목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우량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투자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통화정책 역시 한쪽으로 기울면 언젠가는 균형을 되찾고, 금리와 경기 또한 계속 순환한다. 그 과정에서 혁신하고 꿋꿋하게 성장하는 기업은 늘 존재한다. 달라지는 것은 기업의 성장 자체보다도 그 기업의 주식을 얼마에 살 수 있느냐에 가깝다. 유가와 금리가 시장을 뒤흔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일수록 주변 파고에 휩쓸리기보다 기업의 장기 성장성과 가격을 함께 살펴 평정심을 유지하는 투자 원칙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