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썼습니다’가 경쟁력⋯AI 시대, 책의 가치가 바뀐다 [AI가 쓰는 시대 ③]

입력 2026-1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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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11-0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AI 집필 확산에 출판사들 계약·검증 강화
허위 인용ㆍAI 집필 의혹에 출간 취소도
작가단체, ‘사람이 쓴 책’ 인증제 도입

▲미국 작가조합이 도입한 인간 집필(Human Authored)’ 인증 표시. (출처 미국 작가조합 홈페이지)
▲미국 작가조합이 도입한 인간 집필(Human Authored)’ 인증 표시. (출처 미국 작가조합 홈페이지)
AI가 책을 쓰는 시대가 열리면서 출판업계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이 쓴 책’의 가치가 높아졌다. AI 활용이 집필부터 편집·마케팅까지 출판 전반에 확산하는 가운데 인간 고유의 경험과 독창성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400억달러(약 186조원) 규모의 세계 출판산업은 AI 확산으로 격변기를 맞았다. AI가 저자의 작업을 돕는 수준을 넘어 실제 집필까지 맡으면서 기존 편집과 검증 절차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논픽션 작가 스티븐 로젠바움은 3년간 집필한 ‘진실의 미래’에서 AI가 생성한 허위 인용문을 발견했다. 그는 AI를 자료 조사와 인터뷰 요약 등에만 활용했지만, AI가 일부 요약 내용을 실제 발언처럼 바꿔놓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로젠바움은 “위험한 것은 AI가 형편없는 문장을 쓰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서술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AI 집필 의혹으로 출간이 무산되는 일도 일어났다. 프랑스 출판사 아셰트는 지난 3월 미아 발라드의 공포소설 ‘샤이 걸’의 AI 집필 의혹에 영국 판매를 중단하고 미국 출간을 취소했다. 저자는 의혹을 부인했다.

출판사들은 계약서에 AI 활용 조항을 넣는 등 대응에 나섰다. 팬맥밀런은 저자가 작품을 직접 창작했음을 보증하도록 계약에 명시했고, 블룸즈버리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출판물 제작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자료 조사나 문법 교정 등 보조적인 활용까지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는 기준이 엇갈린다.

검증도 쉽지 않다. AI 탐지 도구는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미국 작가조합은 탐지 결과만으로 계약을 취소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AI 문체에 익숙해진 독자들이 이를 따라 쓰면서 표현이 획일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서시장도 변하고 있다. 영국의 지난해 논픽션 판매량은 6% 감소했다. 출판업계는 팟캐스트와 유튜브의 인기뿐 아니라 자기계발·요리·금융 등 실용 정보를 챗봇에서 얻는 독자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자가출판도 급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발급받은 신간은 전년 대비 3분의 1 증가한 400만 권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자가출판 도서였다. 다만 이들 모두가 AI로 제작된 것은 아니다.

이처럼 AI가 대량 생산한 글이 넘쳐날수록 인간의 독창성이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미국 작가조합과 영국 작가협회(SoA)는 사람이 직접 창작한 책에 ‘인간 집필(Human Authored)’ 인증 표시를 부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톰 웰던 펭귄랜덤하우스 영국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창작을 지원할 수 있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판단력, 실제 경험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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