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이 쓰고 의원이 읽는다⋯각국 정치권 파고든 AI [AI가 쓰는 시대 ②]

입력 2026-1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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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11-0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英 의회 발언 단어 10% AI 작성 추정
호주ㆍ캐나다 탐지 비율은 英의 3배
추모 메시지부터 법안까지 활용 확산
시간 아낀다는 의원들⋯유권자는 거부감

AI가 기업과 일상생활을 넘어 정치권까지 파고들고 있다. 의원들이 의회에서 직접 발언하는 내용은 물론 추모 메시지와 법안 작성에도 AI가 활용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유권자를 대변하고 정치적 주장을 직접 구성해야 할 정치인의 역할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1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AI 텍스트 탐지 도구인 팽그램(Pangram)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1년간 영국 의회 토론에서 발언된 단어의 약 10%는 AI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2024년만 해도 사실상 0%에 가까웠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가 정치인의 연설문 작성에 관여하는 현상은 영국에 국한되지 않았다. 호주와 캐나다 의원들의 연설이 AI가 작성한 것으로 판별된 비율은 영국 의원들의 약 3배에 달했다. 반면 뉴질랜드 하원과 미국 상원은 조사 대상 가운데 AI 작성물로 판별된 비율이 가장 낮은 편이었다.

실제로 영국 노동당 소속 스티브 옘 의원은 올해 6월 의회에서 기술이 사회에 봉사하는지, 아니면 사회가 기술기업의 이해관계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지 질문했다. 그러나 정작 기술의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살펴본 이 발언은 팽그램 분석에서 전체가 AI로 작성된 것으로 판정됐다. 옘 의원은 이코노미스트에 “내 사무실은 의회 지침에 따라 범용 AI 생산성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AI 활용은 연설문을 넘어 공식 소통과 입법 영역으로 확대됐다. 네덜란드 일간지 폴크스크란트는 9월 롭 예턴 총리의 SNS 게시물 상당수가 AI로 작성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항공기 추락 사고 추모 메시지와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 게시물도 포함됐다. 노르웨이에서는 의회에 제출된 법안의 약 3분의 1에서 AI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구가 발견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의원들은 시간 절약에 따른 업무 효율성 향상을 강조한다. 영국 노동당 소속 사라 홀 의원은 AI가 정치인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보조하는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연설문 작성에 필요한 30분을 절약하면 그만큼 지역구 주민을 지원하는 데 시간을 더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업체 퍼블릭퍼스트에 의뢰한 조사에서 영국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AI 글쓰기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마케팅 담당자나 비서, 교사가 AI로 글을 작성하는 데에는 비교적 관대했지만 정치인의 활용에는 부정적이었다. 특히 정치인의 여러 글쓰기 활동 가운데 연설문 작성에 AI를 사용하는 것을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키어 스타머 전 영국 총리의 연설문 작성자로 일했던 앨런 로키는 “부실한 연설문 작성은 부실한 정치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글을 통해 아이디어를 전파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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