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년 전 보고받고도 묵인”
엔비디아 “통상적 고객 만남일 뿐” 의혹 부인

미국 정보당국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친분을 쌓아온 중국인 사업가를 중국 정보원으로 판단하고 감시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보당국이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업체 메가스피드의 경영이사 출신 앨리스 황(황러)을 중국 정보당국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인물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감시 과정에서 그가 젠슨 황 CEO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정황도 포착됐다.
앨리스 황은 외부에서 자신을 메가스피드 CEO로 소개했지만, 법인 서류상 설립 초기 8개월간 경영이사(managing director)를 지낸 뒤 해당 직함에서 제외됐다.
정보당국은 약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반도체 판매 차질과 중국과의 무역 관계 악화를 우려해온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젠슨 황 CEO에게 외국 정보기관의 표적이 됐을 가능성을 알리는 ‘방어 브리핑(defensive briefing)’도 실시하지 않았다. 감시 사실이 노출될 우려 때문에 경고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초 미국 당국자들은 젠슨 황이 앨리스 황의 정보 수집 활동을 알고 있다고 보지 않았으나, 일부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그의 인지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메가스피드는 동남아시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중국 기업에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미 당국은 이와 별개로 메가스피드가 확보한 엔비디아 반도체 일부가 중국으로 불법 반입됐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NYT에 따르면 메가스피드의 말레이시아 자매회사는 2024년 6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엔비디아 반도체와 관련 기술이 포함된 첨단 AI 장비를 최소 48억달러어치 구매했다. 미 상무부의 조사는 올해 법무부로 이관됐다.
젠슨 황 CEO와 앨리스 황은 2024년 대만의 기술 행사 이후 모임에서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지난해에도 대만에서 열린 업계 만찬에 참석했다. 미 정보당국은 앨리스 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 구상이나 엔비디아 관련 정보를 파악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엔비디아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회사 대변인은 CNBC에 “젠슨 황은 매년 수천 명의 고객사 임원과 만난다”며 “고객들에게 민감한 영업비밀이나 국가안보 관련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도체 우회 공급 의혹도 “지난해 철저히 조사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메가스피드는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외부 법률자문을 선임해 내부 조사에 착수하고 미국 정부에도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언론을 통한 재판에는 대응할 수 없다”며 증거에 근거한 공식 조사를 요구했다.
젠슨 황 CEO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메가스피드와의 거래는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메가스피드에 배치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모두 조사하고 하나하나 집계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를 완화해온 가운데 불거졌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젠슨 황 CEO의 긴밀한 관계가 일부 수출통제 강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앨리스 황이 실제로 어떤 정보를 중국에 전달했는지, 젠슨 황 CEO에게서 민감한 정보를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창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근거 없는 중상모략과 비방”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