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황제 이야기 ‘마제스티’ 개막⋯김수로 ”한국 넘어 브로드웨이로“ [종합]

입력 2026-10-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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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제스티' 프레스콜 현장. (정지윤 기자 @chxmas)
▲뮤지컬 '마제스티' 프레스콜 현장. (정지윤 기자 @chxmas)

배우 겸 공연 제작자 김수로가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설립 10주년을 맞아 창작 뮤지컬 '마제스티'로 첫 대극장 도전에 나섰다. 19세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스로 황제를 선언한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연대와 공존의 가치를 전하겠다는 포부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우리카드홀에서 열린 뮤지컬 '마제스티' 프레스콜에는 김수로 총괄 프로듀서를 비롯해 성종완 연출, 김성연 작가, 배우 엄기준, 박재윤, 박정원, 김우석, 이정화, 허윤슬, 양승리, 우재하 등이 참석해 작품의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마제스티'는 19세기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자신을 미국의 황제 '노턴 1세'라고 선언한 실존 인물 조슈아 에이브러햄 노턴의 삶을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이다. 세상으로부터 괴짜 취급을 받던 한 남자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진실과 거짓,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날 김수로는 제작사 설립 1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대극장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게 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공연을 워낙 사랑하고 좋아해서 계속 만들며 출연도 해왔다"며 "여러 작품을 리딩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던 중 이 작품을 만났다. 대극장에서 프로듀싱할 수 있을지 고민도 있었지만 작품이 너무 재미있어서 성종완 연출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프로듀서란 무엇인가 스스로 질문했을 때 이 사회에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은 프로듀서라고 생각했다"며 "이 작품이 우리 사회에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턴이 괴짜라는 것에 이끌렸다"며 "인지도도 없는 한 괴짜가 사람들을 하나씩 변화시키는 과정이 허세나 허언이 아니라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마제스티' 프레스콜 현장. (정지윤 기자 @chxmas)
▲뮤지컬 '마제스티' 프레스콜 현장. (정지윤 기자 @chxmas)

작품의 중심에는 스스로 황제를 자처하는 노턴과 그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수습기자 아서 클라이브가 있다. 처음에는 노턴을 흥미로운 기삿거리로 여기던 아서가 점차 그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면서, 두 인물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나간다.

노턴 역은 엄기준과 박재윤이 맡아 서로 다른 해석을 선보인다.

엄기준은 "노턴은 현인 같은 모습이 있다"며 "한마디를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괴짜가 아니라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타인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물로 접근했다는 의미다.

반면 박재윤은 노턴의 과장된 행동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아픔에 주목했다. 그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등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박재윤은 노턴에 대해 "개인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의 방어기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더 괴짜적이고 과장된 행동과 말이 발현됐다"고 해석했다.

이어 "뒤에서 공연을 보고 있으면 울컥하는 순간이 많다"며 "저도 스스로 바보 같은 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서 다 열심히 살아내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두 배우는 코미디와 인물의 진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데도 집중했다. 박재윤은 "우리끼리만 신나는 코미디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캐릭터의 진실을 잘 전달하면서 관객들에게 유쾌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마제스티' 프레스콜 현장. (정지윤 기자 @chxmas)
▲뮤지컬 '마제스티' 프레스콜 현장. (정지윤 기자 @chxmas)

수습기자 아서 클라이브 역에는 박정원과 김우석이 나선다. 두 배우는 같은 인물을 연기하면서 '진실', '순수함', '열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김우석은 "수습기자다 보니 서툰 모습도 많지만 진실과 순수함, 열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캐릭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김우석이 약 5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출연 중인 SBS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의 흥행과 관련한 질문에도 "감사하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멋진 선후배들과 함께하게 됐다"며 무대 복귀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박정원은 아서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처음에는 노턴을 기삿거리로만 이용하다가 나중에는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인물"이라며 "수많은 연습을 거치면서도 세 가지 키워드만큼은 가지고 가자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평범함도 비범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 작품의 캐릭터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마제스티' 프레스콜 현장. (정지윤 기자 @chxmas)
▲뮤지컬 '마제스티' 프레스콜 현장. (정지윤 기자 @chxmas)

마르타 코르테즈 역의 이정화와 허윤슬은 작품에서 중요한 가치로 '연대'를 꼽았다.

허윤슬은 마르타가 원주민이자 이민자, 여성이라는 사회적 위치에서 여러 제약을 마주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첫 대본 리딩 이후 원고가 계속 발전했고 캐릭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한 발이라도 내디디려는 노력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정화 역시 마르타를 아서가 흔들릴 때마다 현실을 직시하도록 이끄는 인물로 해석했다. 그는 "아서가 고민하거나 흔들릴 때 다시 직시하라고 질문을 건네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캐릭터의 연결성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작품 속 갈등을 이끄는 오닐 역시 단순한 악역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오닐 역의 우재하와 양승리는 인물이 지닌 확고한 신념에 주목했다.

우재하는 "처음에는 오닐에게도 따뜻한 면모가 있었지만, 극의 흐름에서 확실한 장애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보다 냉정하고 단단한 인물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양승리는 "오닐도 자신의 신념이 명확한 사람"이라며 "그 신념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뮤지컬 마제스티. (사진제공=(주)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마제스티. (사진제공=(주)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김성연 작가는 작품의 서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뮤지컬 '뉴시스'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인물과 촘촘한 갈등 구조가 맞물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아서와 노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다가 더 강한 빌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마지막에 오닐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한 사람의 특별한 능력이 아닌, 그를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공동체의 힘으로 귀결된다.

이날 제작진은 노턴이 황제로 존재할 수 있었던 배경에 시민들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민들이 괴짜로 여겨지던 노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를 받아들였기에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혐오와 배척이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시민들의 연대와 집단지성이 노턴을 황제로 만들었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서로에게 다리를 놓아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김수로는 '마제스티'를 국내 공연에 그치지 않고 세계 무대로 확장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2028년에 이 작품을 다시 올리고 싶어 극장을 알아보고 있다"며 "어떻게 작품을 더 발전시키면 좋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지인들이 공연을 보러 왔는데, 그중 한 분이 브로드웨이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해 줬다"며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수로는 "이 작품을 만들 때 한국에서만 공연하고 끝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런던이든 뉴욕이든 작품을 잘 갈고닦아서 세계 무대에 올려놓는 것이 큰 목표다. 열심히 준비하면 브로드웨이에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설립 10주년에 첫 대극장 창작 뮤지컬을 선보인 김수로. 괴짜 황제와 평범한 시민들이 만들어 낸 연대의 이야기가 한국을 넘어 세계 관객들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뮤지컬 ‘마제스티’는 25일 개막해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공연 시간은 인터미션 20분을 포함해 총 160분이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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