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시공사 검증 부실⋯해체기준도 미흡

7명이 숨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가 부정확한 구조검토와 시공·발주 단계의 관리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드러났다. 특히 잘못된 해체 계획에 따라 공사가 진행됐지만 이를 검증하는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국토교통부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 조사 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사고조사위원회는 발파해체 전 과도한 사전 취약화 작업으로 인한 기둥의 국부좌굴을 직접적인 붕괴 원인으로 판단했다.
사고는 2025년 11월 6일 울산화력발전소 5호기 보일러타워에서 발생했다. 발파 전 구조물 일부를 미리 절단하는 사전 취약화 작업 도중 기둥이 상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휘어지면서 구조물 전체가 무너졌다.
문제는 과도한 절단이 현장 작업자의 임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잘못된 구조검토를 바탕으로 작성된 해체 도면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경구 사고조사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장 작업이 계획된 해체 도면대로 진행됐으며 도면에 명시된 범위를 넘어 추가로 절단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체 도면 작성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전문 하도급사는 지상층 기둥 한 곳의 두께만 측정한 뒤 전체 높이에 동일한 수치를 적용했다. 실제 기둥 두께는 높이에 따라 달랐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았고, 준공도면과 해체 도면을 비교·검증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고층부 실측을 생략한 이유로는 현장 접근의 위험성이 언급됐다. 이 위원장은 전문 하도급사 측이 청문회에서 "너무 위험해서 그랬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진술이 정확한 이유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실측 부실로 붕괴가 시작된 높이 26.2~27.2m 구간의 실제 기둥 두께는 15㎜였지만 구조검토에는 24㎜가 적용됐다. 구조물 무게 역시 실제 3525.8t보다 약 520t 적게 산정됐다. 기둥의 지지능력은 과대평가하고 부담해야 할 하중은 과소평가한 셈이다.
구조검토 과정에서는 기둥 일부를 절단한 뒤 남은 얇은 강판이 압축력을 견디지 못하고 휘어지는 국부좌굴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았다. 사고조사위원회가 실제 구조물 정보를 반영해 재해석한 결과 하중 대비 설계강도 비율은 1.2로 나타나 구조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약 45년간 사용된 노후 구조물의 변형과 절단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손상 등 불확실성에 대비한 안전여유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설계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관리체계도 문제로 지목됐다. 원도급사인 HJ중공업은 전문업체의 판단에 의존해 현장 조건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고 발주자인 한국동서발전은 별도의 건설사업관리자 없이 직접 감독하면서 참여업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전문 하도급사가 자체적으로 현장을 검측했다고 진술했지만 원도급사나 직접 감독 관리자가 붕괴가 시작된 높이 26.2m 지점까지 올라가 직접 확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해체공사에 특화된 기술기준이 미흡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현재 해체공사는 신축 구조물의 설계기준을 역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관행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발파해체처럼 구조물 일부를 절단하는 작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고조사위원회는 고위험 해체공사에 대한 독립적인 제3자 검증과 주요 해체 계획 변경 시 구조 재검토·재승인 절차 마련 등을 제안했다. 발주자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해체공사 전용 기술기준을 마련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토부는 올해 5월 발생한 서소문고가 철거공사 붕괴사고 조사 결과까지 종합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위은환 국토부 건축안전과장은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은 처분권자와 수사기관이 구체적인 과실 여부를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사고조사 결과 보고서가 제출되면 각 처분 관청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