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형 세단 특유의 정숙성에 민첩한 주행 성능
고속도로 합류·추월 때 빛나는 전기모터의 가속력
넉넉한 공간과 고급스러운 승차감까지 갖춘 '육각형 세단'

연비를 생각하면 주행 성능을 양보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특히 차체가 큰 준대형 세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기아 K8 하이브리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차다. 뛰어난 실연비에 정숙성, 민첩한 가속 성능까지 두루 갖췄다. 효율성과 운전의 즐거움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K8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K8 하이브리드를 직접 운전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단연 연비다. 계기판에 표시된 평균 연비는 20㎞/L를 넘어섰다. 덩치가 큰 준대형 세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치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극도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차도 아니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높은 효율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K8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17인치 타이어 기준 18.1㎞/L다. 18인치는 17.2㎞/L, 19인치는 16.1㎞/L로 휠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연비가 뛰어난 배경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적인 작동이 있다. 저속 주행이나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는 구간에서는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감속할 때는 회생제동으로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주행 상황에 맞춰 역할을 나누면서 불필요한 연료 소비를 줄인다.
무엇보다 K8 하이브리드는 연비를 의식하지 않고 운전해도 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높은 연비를 위해 운전자가 차에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 운전자의 주행 상황에 맞춰 효율을 관리하는 느낌이다.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다. 시동을 걸고 저속으로 움직일 때는 전기차를 운전하는 듯한 고요함이 느껴진다.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에도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은 비교적 잘 억제돼 있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사이의 전환도 자연스럽다.
속도를 높여도 세단 특유의 안락함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외부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정도가 크지 않고, 차체가 도로 위를 안정적으로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 운전자라면 이런 정숙성이 적지 않은 장점으로 다가올 만하다.
K8 하이브리드의 또 다른 매력은 가속 성능이다. 흔히 하이브리드 차량은 연료 효율을 우선시하는 탓에 순간적인 가속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K8 하이브리드는 이런 예상과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본선 차량 흐름에 맞춰 속도를 끌어올릴 때 진가가 드러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며 차체를 힘 있게 밀어낸다. 속도가 붙는 과정이 답답하지 않고 경쾌하다.

차선 변경이나 추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 운전자의 의도에 빠르게 반응한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전기모터 토크가 운전의 만족도를 높이는 대목이다.
K8 하이브리드에는 1.6L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엔진 최고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는 27.0㎏f·m다. 여기에 최고출력 47.7㎾, 최대토크 264Nm의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가속이 필요한 순간 엔진과 모터가 함께 작동해 부족함 없는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핸들링 역시 준대형 세단이라는 차급을 고려하면 민첩한 편이다. 차선을 바꾸거나 완만한 곡선 구간을 통과할 때 차량이 운전자의 조향에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차체가 불필요하게 흔들리거나 크게 출렁이는 느낌도 적다.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안정감이 돋보인다.
이 같은 주행 감각에는 기아의 하이브리드 특화 기술도 한몫한다. K8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E-핸들링'은 코너에 진입하거나 빠져나올 때 전기모터의 가감속을 제어해 차량의 선회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E-라이드'는 과속방지턱 등 요철 구간에서 모터를 활용해 차체의 출렁임을 줄여준다.

실내 공간은 K8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전장 5m가 넘는 차체를 바탕으로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운전석과 동승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준대형 세단다운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운전자 중심의 주행 성능뿐 아니라 가족을 태우고 이동하는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K8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이다. 연비만 뛰어난 차도 아니고 승차감만 좋은 세단도 아니다. 필요할 때 충분한 힘을 내면서 평소에는 조용하고 편안하게 달린다. 여기에 넉넉한 공간과 고급스러운 실내까지 갖췄다.
기름을 적게 먹으면서도 달려야 할 때는 제대로 달린다. K8 하이브리드는 효율과 주행의 즐거움이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세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