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계 정당과 연대 놓고 야권 내부 분열
우파 인사 이탈 땐 네타냐후 과반 확보 가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장기 집권을 끝낼 것으로 기대됐던 야권이 총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야권은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에 따른 안보 실패에도 네타냐후 지지층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다. 반(反) 네타냐후 진영 내부의 분열과 아랍계 정당과의 연대 거부가 결정적인 한계로 꼽힌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개표가 86% 진행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과 기존 연립정부는 전체 의회(크네세트) 120석 중 53석을 확보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디 아이젠코트 전 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야샤르당 중심의 유대계 야권은 48석에 그쳤다. 아랍계 정당 두 곳은 이스라엘 국적 팔레스타인 유권자의 기록적인 투표율에 힘입어 나머지 1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대계 야권과 아랍계 정당이 연대하면 약 67석으로 과반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일부 시오니스트계 야권 지도자들이 아랍계 정당과의 연립정부를 배제하면서 정권교체의 길이 좁아졌다. 반면 야권 좌파를 이끄는 야이르 골란 전 장군의 민주당은 아랍계 정당과 연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골란은 “두려움과 인종주의를 멈추지 않으면 이곳에 미래가 없다”면서 유대계 표와 아랍계 표를 구분하는 네타냐후의 정치 전략을 비판했다. 최종 의석 수는 남은 개표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차기 정부 구성은 다음 주 대통령 주재 정당 별 협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네타냐후 연정도 2022년 총선 때보다 약 10석을 잃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와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 국방장관 등 야권 내 우파 인사들이 네타냐후 진영에 합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들이 이탈하면 네타냐후 총리가 과반 의석을 확보해 집권을 이어갈 수 있다.
야권 내부에서는 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확산하고 있다. 야권이 단일 지도자와 공동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네타냐후 반대’에만 의존했고, 아이젠코트를 총리 후보로 명확히 추대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와 이란 위협을 전면에 내세운 일관된 메시지로 이탈했던 보수층 일부를 다시 결집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구조 변화도 네타냐후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초정통파와 종교적 민족주의 성향의 유대인 비중이 커지면서 세속ㆍ자유주의 진영보다 우파의 기본 지지층이 확대됐다고 FT는 분석했다. 정치전략가이자 홍보회사 대표인 로니 리몬은 FT에 “네타냐후는 패배를 피할 만큼의 지지를 확보했다”며 “당분간 총리직을 유지하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