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물 관리를 위한 ‘자연기반해법’

입력 2026-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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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맞아
수자원은 환경 아닌 산업활동 기반
물순환 회복해 자연 전환 서둘러야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관련 포럼에서 한 금융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기업의 자연전환을 위해서는 NbS를 해야 합니다.”

자연기반해법(NbS: Nature-based Solutions)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는 바로 다음 질문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어디에 무엇을 해야 하나?”

그 답을 찾으려면 기업이 자연의 무엇에 의존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물은 제조, 에너지, 반도체, 화학, 식품 등 거의 모든 산업 활동을 연결하는 핵심 자연자원이다. 물이 부족하거나 수질이 나빠지면 환경문제를 넘어 생산과 비용의 문제가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비가 내리면 빗물을 얼마나 빨리 배수로와 하천으로 내보낼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도로를 포장하고 배수관을 설치하며 빗물이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존 도시 인프라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러나 빗물이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한꺼번에 하천으로 흘러가면서 토양과 지하수로 이어지는 자연의 물순환도 약해졌다. 특히 집중호우 때는 도시침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빗물을 무조건 빨리 내보내는 것이 최선일까? 유엔은 2018년 세계물개발보고서에서 ‘물 관리를 위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for Water)’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물을 저장하고 정화하며 조절하는 숲과 토양, 습지의 기능을 물관리의 해법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콘크리트 시설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이 원래 수행하던 기능을 물관리 인프라에 다시 더하자는 접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2016년 광주와 대전 등 5개 도시가 물순환 선도도시로 선정됐다. 필자도 당시 광주와 대전 두 도시의 계획에 참여했다. 도로와 주차장에 내린 초기 빗물의 오염물질을 줄이고, 빗물을 토양으로 침투시켜 자연적인 물순환과 지하수 함양 기능을 회복하는 저영향개발기법(LID)을 도시공간에 적용하는 프로젝트였다.

“비가 내린 곳에서 빗물을 머금고, 땅에 스며들게 하고, 천천히 흘려보내자.” 광주 상무지구를 대상으로 한 2022년 연구는 그 가능성을 숫자로 보여준다. 저영향개발기법(LID)을 적용했을 때 연간 빗물 침투량이 기존 약 45㎜에서 최대 645㎜까지 증가하고, 지표면을 따라 흘러가는 빗물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빗물을 빠르게 배출하던 도시공간에 자연의 물순환 기능을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작은 빗방울이 스며드는 공간이 모이면 도시의 물순환도 달라진다. 빗물을 빨리 버리는 도시에서 빗물을 머금는 도시로 바꾸는 실험이었다.

이러한 물관리의 변화는 이제 도시를 넘어 기업의 공장과 산업단지에도 필요한 과제가 됐다. 공장도 하나의 작은 물순환 공간이다. 지붕에 떨어진 비는 주차장과 도로를 지나 배수로로 들어가고 결국 하천으로 흘러간다. 동시에 공장은 외부에서 물을 공급받아 생산에 사용하고, 재이용하거나 처리한 뒤 다시 하천 등으로 돌려보낸다.

그런데 기업의 물관리는 여전히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용수는 생산시설, 폐수는 환경시설, 빗물은 배수시설, 녹지는 조경의 문제로 다룬다. 이제 이들을 하나의 물길로 연결해 볼 필요가 있다. 주차장은 빗물이 스며드는 포장으로, 녹지는 빗물정원으로, 배수로는 식생수로로 바꿀 수 있다. 빗물을 모아 조경용수나 세척용수로 재이용하고, 주변 하천과 습지를 복원해 물을 저장하고 정화하는 자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도 있다. 기존 시설의 역할은 유지하면서 물순환과 생물서식, 수질개선이라는 기능을 더하는 것이다.

다만 기업의 ‘물 관리를 위한 자연기반해법’이 공장 담장 안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이 사용하는 물은 공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물을 공급하는 하천과 댐, 주변 산림과 습지, 방류수가 돌아가는 수생태계까지 함께 바라봐야 한다.

TNFD의 LEAP 접근법은 첫 단계인 위치파악(Locate)에서 기업의 사업 활동과 자연이 만나는 위치를 확인하도록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에 대한 의존성과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어느 지역의 물에 의존하고, 그 지역의 자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의 물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돌아 나가는가?” 기업의 ‘물 관리를 위한 자연기반해법’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빗물을 빠르게 흘려보내는 회색 인프라를 만들어 왔다. 이제는 그 인프라에 물을 머금고, 스며들게 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기능을 더할 때다.

‘그레이(Gray)에서 그린(Green)으로’ 가는 기업의 자연전환은 어쩌면 공장에 내리는 빗물과 그 작은 물길을 다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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