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CEO 승계 공정성 강조⋯사외이사 독립성 주문
AI 해킹 대응·해외점포 금융사고 예방도 이사회 역할 강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이사회에 형식적인 의사결정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와 감시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절차가 본격화한 만큼 후보자 선정과 검증·평가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선과 IT 보안 강화, 사회적 책임 확대,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iM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JB금융지주 사외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실질적인 견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8대 은행지주 이사회가 의결한 안건 총 993건 가운데 수정가결은 9건, 보류는 1건에 그쳤다. 나머지 983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 원장은 “그간의 사례를 볼 때 사외이사가 안건에 대해 반대표결한 경우가 매우 드물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이사회 차원의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진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료 요청, 외부 전문가 활용 등을 통해 안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등 이사의 충실의무를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지배구조 개선방안과 관련해서도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CEO 승계절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책임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절차와 관련해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자회사 CEO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달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이버 침해사고에 대해서도 이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이 원장은 “AI가 해킹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보안 취약점이 쉽게 탐지되고 동시다발적 공격이 상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회사 스스로 IT 자산을 관리하고 취약점을 찾아 제거하는 자율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IT 보안을 부수적인 업무나 비용으로 인식해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지 않는 관행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월 14일 기준 국내 금융회사 16곳에서 침해사고가 발생했으며 공격 대상도 영업지원 시스템 등 비핵심시설로 확대되고 있다.
해외점포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주문했다. 이 원장의 모두발언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금융사고는 2024년 7건(1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2건(124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9월까지 11건, 840억원 규모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원장은 해외점포의 사고 예방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본점의 정책과 관리 수준이 현지 영업에도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감독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성과를 인사정책과 성과평가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것도 요청했다.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서는 지원 규모보다 실질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5대 금융지주가 향후 5년간 약 70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확대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순한 지원 실적 확대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금고 계약 입찰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행사 협찬금이나 고객 유치 이벤트 비용 등을 사회공헌 실적으로 포함하는 이른바 ‘소셜워싱’ 사례를 언급하며 보여주기식 활동을 경계했다.
아울러 은행 점포 축소 과정에서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이사회가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국내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5517개로 2022년 말보다 314개 감소했다.
이 원장은 “이사회의 책임 있는 판단과 대응에 따라 위기의 파급효과와 회복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금융 신뢰의 기반을 다져가는 뜻깊은 한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