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오정근 칼럼] ‘정치리스크 한파’에 떨고있는 개미들

입력 2026-10-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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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최고 실적인데 주가는 부진
외국인은 韓 증시 빠르게 빠져나가
기업 환경 둘러싼 불확실성 걱정돼

증시가 폭락하고 있다. 코스피가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급하게 도입되었던 상장지수펀드(ETF) 덕분에 6월 22일 한때 9114.5를 기록한 후 폭락했다. 최근 10월 13일 검은 화요일에는 전날 대비 3.65% 하락하고 이어 15일에는 9.13% 더 큰 폭 하락하며 5459.99로 마감해 55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매도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되었지만 폭락을 막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영끌 투자로 집을 마련해 보려는 젊은 층과 노후자금을 마련해 보려는 고령층 등 주식시장에 뛰어든 많은 개미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도 181조원 손실을 봤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인 107조원을 기록해 엔비디아 구글 MS 애플을 제치고 세계 빅테크 기업 중 최고를 기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금년 성장률을 7월 발표한 전망치(2.6%)보다 0.7%포인트 높은 3.3%로 전망하고 있는 좋은 환경인데도 주가 폭락을 막지 못했다.

외국인은 1월 2일부터 최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99조1045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지수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올 들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로 각각 87조1440억원, 86조570억원 순매도했다. 두 회사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밝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미국 인공지능 클라우드 코어위브의 회사채금리가 폭등하는 등 빅테크 AI기업의 막대한 투자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드러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 주력 제품인 D램 기술을 추격하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삼전닉스’보다는 대만의 TSMC 투자를 권고하고 있는 외국 보고서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삼전닉스의 투자가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하에 대만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설문에서 펀드매니저의 40%는 대만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답해 한국(25%)을 웃돌았다. UBS는 단기 AI 투자는 더 완전한 기술 하드웨어 생태계와 주요 기술기업의 견조한 투자 계획이 뒷받침되는 대만 주식을 선호한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 자료로는 외국인이 올해 한국 주식 1310억달러어치를 팔아 아시아 주요 증시 중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크다. 반면 대만 가권지수는 올해 72% 올라 추적 대상 90여개 지수 중 1위를 기록했고, 지난 3분기에는 가권지수가 코스피를 약 23%포인트 앞서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왜 이런 현상을 보이는가. 대만의 TSMC는 호국신산이라고 불린다. 대만을 지키는 신령한 산이라는 의미다, 만약 중국의 공격 시 공급 중단으로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어 대만의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연구실은 밤에도 불이 켜져 있다. 전 세계 칩, 서버, 노트북의 약 80%가 대만에서 생산될 정도로 압도적 생산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전폭적 지원은커녕 정치권이 온갖 압박과 주문을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800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전남 반도체 투자를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투자처인 광주공항의 미공군 이전은 물론 전력 용수 해결이 요원한데도 투자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 투자가 잘못 되면 모기업도 휘청거릴 정도의 규모다. 기업은 미래 판매수요 등 엄청나게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투자를 결정한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상당폭을 가져가기로 했고 연구직에 대해서 주 52시간을 신축적으로 운용해 달라는 반도체 특별법은 논의도 되지 않고 있다. 한전은 앞으로 5년치 전력비용을 미리 지급해 달라고 한다. 이러한 식으로 결정되는 투자가 굉장히 큰 리스크를 수반할 것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고 있는 듯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계 55조원(41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도 마무리에 가까워졌다. 지난달 국내 시장 매수 주문 230억달러의 대부분이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었다. 여러 어려운 환경이 겹겹이 쌓이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정치리스크가 위기를 더 키워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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