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2차 의견

입력 2026-10-28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2026년 발표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궁내막암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여성 생식기 암 가운데 가장 높은 발생 빈도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지난 8월, 1주 간격으로 세 명의 50대 환자가 질 출혈을 호소하며 차례로 방문했다.

첫 번째 분은 다른 곳에서 수개월간 부정 질 출혈로 치료받던 분이었다. 주저하지 않고 당일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시행했다. 나온 검체의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7일 이상 소요되던 조직 병리 검사 결과가 응급으로 5일 만에 나왔다. 결과는 침윤성 자궁내막암이었다. 환자에게 결과를 그대로 전하자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종양 담당 교수님과 연결하여 상급 병원으로 빠르게 전원하였다.

두 번째 환자는 창백한 얼굴의 만성 빈혈 환자였다. 그녀 역시 부정 질 출혈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즉시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시행했다. 검체는 끝도 없이 많이 나왔고 혹시나 자궁천공을 우려해 병리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겠다 싶을 정도의 조직만 얻고 시술을 멈추었다. 시술 후 다량의 출혈이 있을까 우려되어 귀가 전 자궁 초음파를 다시 보니 자궁근층을 침범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비정상적인 혈류가 여러 곳에서 관찰되었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1차 조직검사 결과는 자궁내막 제자리암으로 나왔다.

환자가 암으로 진단되면 실비보험, 암보험은 있는지 걱정하게 된다. 두 번째 환자는 검사 전에는 암보험이 없다고 하더니 제자리암이라는 1차 검사 결과를 듣더니 생명보험이 있다고 두 군데 병원에서 다시 검사하여 2차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1차 조직검사에서 암으로 나왔는데 무슨 2차 의견이요? 얼른 대학병원으로 가서 병기를 결정하고 치료 방침을 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진료의뢰서를 써주며 서둘러 대학병원으로 가시라고 권했다. 하루라도 빨리 의뢰하면 수술 일정도 조금이나마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세 번째 환자는 첫 아이의 임신부터 막내의 진찰까지, 20여 년 동안 인연을 이어 온 세 아이의 어머니였다. 부정 질 출혈이 있었고 초음파검사에서 자궁내막이 두꺼워져 있어 조직검사를 시행했다. 결과는 자궁내막 증식증, 다행히 암은 아니었다. 조직검사를 통해 병변을 확인하고 이후의 치료와 추적 관찰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나는 6개월 뒤 다시 검사받을 것을 권고했다.

작은 규모의 의원인 나의 병원에서 한 달에 세분이나 단계별 자궁내막암 환자를 만나다니! 정말 자궁내막암 환자가 늘긴 늘었나 보다.

문득 20여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온 멋쟁이 교포 할머니가 결과지 한 장을 들고 내원했다. 대학병원에서 받은 피부 조직검사 결과지에는 편평상피세포암이라고 적혀있었다.대음순에는 붉은색의 작은 별 모양의 병변이 보였다.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돋보기로 자세히 살폈지만, 조직 검사한 흔적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결과지의 진단명과 눈앞의 병변이 선뜻 연결되지 않았다.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으셨는데,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 미국에 있는 지인이 반드시 다른 의사에게 2차 의견을 들어보라고 권했다고. “이건 조직검사로 확인된 결과입니다. 다른 병원에서 다시 확인받으려 하기보다 대학병원으로 돌아가셔서 확실하게 치료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조금은 단호하게 말했던 것 같다.

그러자 그녀가

“임 원장님의 의견이 2차 의견입니다. 이제 제 마음이 놓입니다.”

그날 그분이 남기고 간 한마디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진료실에 머물러 있다.

임선영 임선영산부인과의원 원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알립니다] 2026 와이즈포럼 PB SHOW 개최합니다
  • 계약은 끝났는데…정규직으로 남은 사람은 15%뿐 [데이터클립]
  • 3분기 GDP 1.0% '깜짝 성장'⋯"4분기 제자리여도 연 3.6%"
  • 강남 구룡마을서 큰 불⋯연기로 진입로 차단ㆍ부상자 없어
  • 코스피, 외인·기관 쌍끌이에 3%대 급등 마감…5630선 회복
  • 與, 조희대 국정조사 추진키로…내달 5일 본회의 처리 목표
  • 고리 3·4호기 수명 10년 연장 확정⋯내년 상반기 순차 재가동
  • ‘30억 시세차익’ 1801가구 한꺼번에…연말 '디에이치 반포124' 출격
  • 오늘의 상승종목

  • 10.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7,807,000
    • +0.95%
    • 이더리움
    • 3,134,000
    • +1.62%
    • 비트코인 캐시
    • 388,500
    • +4.52%
    • 리플
    • 1,762
    • +2.2%
    • 솔라나
    • 135,100
    • +0.97%
    • 에이다
    • 273
    • +0%
    • 트론
    • 441
    • +0.23%
    • 스텔라루멘
    • 226
    • +0.89%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130
    • +1.14%
    • 체인링크
    • 15,370
    • +1.65%
    • 샌드박스
    • 63.84
    • -0.09%
* 24시간 변동률 기준

Web3 레이더

  • 주목 펀딩
    • 1 Ripple $500M
    • 2 Morpho $175M
    • 3 Axis Robotics Seed $12M
    • 4 World OTC $52.5M
  • 인기 프로젝트
    • 1 Quack AI x402 인기지수 366
    • 2 Infinity Ground 인기지수 355
    • 3 LayerAI Infra 인기지수 302
    • 4 DAPPOS Infra 인기지수 278
  • 토큰 언락 임박
    • HumidiFi 유통량 113% D-42
    • Allora 유통량 89% D-14
    • DAOBase 유통량 43% D-21
    • FLock 유통량 41% D-3
Source f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