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특구로 분산된 지원 통합…전력·용수 공급과 인력 확보 맞물려야

25일 정부가 23일 발표한 규제 합리화 방안을 살펴보면 대규모 투자사업의 추진 기간을 줄이고 지역별 산업 육성에 필요한 지원을 집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도체 산단에는 인허가 신속 처리 절차를 적용하고, 초광역특구에는 320여 개 규제특례와 재정·금융·세제 지원을 묶어 제공한다.
투자 기간이 줄면 기업은 자금 투입부터 매출 발생까지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 기술과 수요 변화가 빠른 첨단산업에서는 시장 진입을 앞당겨 투자의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반도체 산단의 인허가와 보상, 설계를 병행해 기획부터 가동까지 걸리는 기간을 10년 이상에서 5년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개별 공장의 가동 시점이 일괄적으로 5년 앞당겨진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인허가가 빨라져도 송전망과 용수시설이 준비되지 않으면 생산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관계부처 합동 반도체 자료에서 공장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이 동시에 준비돼야 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절차의 지연이 전체 착공·가동 일정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반도체 산단이 초광역특구로 지정되면 반도체특별법상 인허가 의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기반시설 인허가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도록 특별법에 반영할 계획이다. 공장과 기반시설에 필요한 절차를 함께 묶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인허가 일괄 처리가 시설의 적기 완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력·용수 공급 규모와 송전망 준공 시점, 재원 부담 주체가 확정돼야 한다. 이번 발표자료에는 공장 가동 목표와 대조할 수 있는 지역별 기반시설 공급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
‘5년 이내’라는 목표와 과거 대책의 차이도 짚어야 한다. 2023년 4월 정부·여당도 산단 조성 기간을 8년에서 5년 이내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결정 고시와 토지수용, 영향평가를 거쳐 공장을 짓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설명했다.
이번 대책은 반도체 산단의 기획부터 가동까지를 제시했다. 대상과 기간 산정 범위가 같다고 확인되지 않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정부도 기존 단축 대책과의 차이나 새 특례에 따른 추가 단축 효과는 제시하지 않았다.
초광역특구의 차별화 지점은 지원의 통합과 유연성이다. 연구개발특구, 규제자유특구, 기회발전특구 등 목적과 소관 부처에 따라 나뉜 지원을 묶고, 목록에 없는 규제도 기업 수요에 따라 유예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기업이 여러 제도의 요건을 확인하고 부처별 절차를 거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320여 개 특례가 모두 새로운 혜택을 뜻하지는 않는다. 기존 지원과 새로 도입하거나 강화하는 혜택을 구분해야 투자 여건의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 정부는 기존 제도와 중복되는 특례의 정확한 개수를 제시하지 않았다.
기업의 지방행을 이끌려면 지원 통합이 실질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야 한다. 세제 혜택을 받아도 인력 채용이 어렵거나 협력업체와 멀어져 거래·물류 비용이 늘면 투자 이점은 줄어든다.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이 이런 부담을 얼마나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도 기업의 채용 일정과 맞물려야 한다. 배우자의 일자리와 자녀 교육, 의료·주거 여건이 갖춰져야 채용한 인력이 지역에 머물 수 있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성장본부장은 “초광역특구의 성공은 결국 기업과 인재가 모여 산업 생태계가 뿌리내릴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통령 주재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와 산업통상부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을 통해 기업별 투자 현안을 조정하고, 내년 상반기 권역별 초광역특구 지정을 추진한다. 지정 일정에 더해 기반시설 공급과 인력 확보 계획을 구체화해야 규제 완화가 실제 착공과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