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영상·웅장한 오케스트라에 관객 참여까지⋯뮤지컬 같은 오페라
5개월간 연습한 시민들의 첫 무대⋯마지막엔 도전의 기록으로 뭉클한 감동

23일 오후 경기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창작오페라 '왕의 별'의 오픈 리허설이 진행됐다. 24일 본 공연을 앞두고 공개된 이날 무대에는 전문 성악가들과 화성 시민들이 함께 올라 약 5개월간 준비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에는 메트오페라합창단과 화성시민합창단, 화성시민어린이합창단이 참여했다. 지난 5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어린이 24명과 성인 13명 등 시민 37명도 무대에 올랐다. 작곡가 나실인이 음악감독과 지휘를 맡았으며,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현장에서 연주를 펼쳤다.

물론 리허설인 만큼 작은 실수도 눈에 띄었다. 특히 어린이들이 함께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다소 서툰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완성된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연습의 흔적을 느끼게 했다. 어린이들은 긴장한 기색 속에서도 노래가 시작되면 진지한 표정으로 각자의 역할에 집중했다.
화려한 무대 영상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요소였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대형 스크린의 배경이 달라졌다.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에 맞춰 역사적 공간과 풍경이 펼쳐졌고, 조명과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정약용이 배를 연결해 다리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무대 뒤 스크린에는 배들이 연결되면서 다리가 완성되는 과정이 시각적으로 펼쳐졌다. 정조의 화성 행차에 필요한 한강 배다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음악 역시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다. 무대 앞 오케스트라 피트에서는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실시간으로 이어졌다. 장면에 따라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관현악 선율은 정조의 결단과 백성들의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때로는 성악가들의 노래를 받쳐주고, 때로는 합창과 어우러져 무대를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왕의 별'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오페라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었다. 오페라라고 하면 무겁고 어렵거나 다소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이날 공연은 연극과 뮤지컬을 결합한 듯한 구성으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등장인물들은 노래만 부르는 데 그치지 않았다. 대사를 주고받으며 극을 이끌었고, 여러 배우가 함께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마당극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도 느껴졌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았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어렵지 않았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도 부담 없이 즐길 만한 구성이었다.
관객을 공연 속으로 끌어들이는 장면도 등장했다.

이른바 '제4의 벽'을 깨는 연출이었다. 객석에 앉아 공연을 지켜보던 관객들이 극 속 배다리 건설에 참여하는 사람들처럼 느끼도록 만든 것이다.
관객은 더 이상 정조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구경꾼에 머물지 않았다. 무대 위 인물들과 함께 배다리를 완성해가는 과정에 동참하게 됐다. 모두가 힘을 모으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룰 수 있다는 작품의 메시지를 관객 참여로 확장한 장면이었다.
이번 작품의 중심에는 정조의 화성 행차와 배다리 건설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다. '왕의 별'은 1795년 정조의 화성 행차를 배경으로 정조의 효심과 개혁 의지, 정약용의 과학기술, 백성들의 노력이 하나의 목표로 모이는 과정을 그린다.

공연을 연출한 안주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늘은 기자님께서 오페라를 보신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저희가 한판 뮤지컬 같은, 마당극 같은 새로운 형태의 오페라를 감상하신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리허설에서는 안 연출의 설명처럼 오페라와 뮤지컬, 연극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화려한 궁중 의상을 입은 정조와 혜경궁 홍씨, 백성들의 모습을 표현한 시민 합창단이 한 무대에 서면서 작품의 규모를 실감하게 했다.
이날 무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전문 예술가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공연의 주역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었다.

이어 "주로 70~80대 어르신들이 오디션에 오셔서 노래를 하시는데 노래를 너무 잘하시는 거다"라며 "무대에 움직임도 많고 자칫 위험할 수 있어서 너무 아쉽게도 그분들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나 감독은 시민 합창단과 함께 연습하면서 안전한 무대 동선을 확보하고 완성도 높은 장면을 만드는 데 각별히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준비한 시민들의 무대는 공연 막바지에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극이 끝나갈 무렵 무대가 어두워지자 스크린에는 지난 5월 첫 오디션 현장부터 시민들이 함께 연습해 온 과정이 영상으로 펼쳐졌다. 낯선 무대에 도전한 시민들이 전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반복해서 노래와 움직임을 익혀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공연 내내 당당하게 무대에 섰던 시민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을지 짐작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전문 배우 못지않은 진지함으로 연습을 거듭한 시민들. 무대 위에서는 짧은 장면이었을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지난 5개월의 노력이 담긴 결과였다.
영상이 끝나갈 무렵 스크린에 문구가 나타났다.
"오늘의 노래는 오래 간직할 추억이 되고, 오늘의 박수는 다시 도전할 용기가 됩니다. 오늘의 막은 내려도, 우리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이어 "'왕의 별' 다음 걸음도 함께 지켜봐 주세요.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라는 문구가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화려한 조명이나 웅장한 음악만큼이나 깊은 여운을 남긴 장면이었다. 작품 속에서는 정조와 백성들이 힘을 모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로 만들었고, 현실에서는 시민 37명이 전문 예술가들과 함께 하나의 공연을 완성했다. 역사 속 이야기가 오늘의 시민들과 맞닿는 순간이었다.

이번 공연은 최종 완성작이 아닌 쇼케이스 형식이다. 재단은 관객 반응과 공연의 전달력, 음악 및 극적 구성 등을 점검한 뒤 작품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본 공연은 24일 오후 3시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열린다. 전석 무료로 마련된 공연은 사전 예매에서 매진됐다.
'왕의 별'이 보여준 것은 정조의 역사만이 아니었다. 무대에 서는 것이 낯설었던 시민들이 함께 노래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과정 역시 이 작품의 또 다른 이야기였다. 스크린에 적힌 마지막 문구처럼, 이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