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중단됐던 경기국제공항 유치 연구용역을 10개월 만에 재개했다. 그러나 후보지 주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항공기 소음 조사와 주민설명회 예산은 이미 전액 삭감된 뒤였다. 두 사업의 감액액은 2억7000만 원이다.
경기도는 21일 공항 건설비를 전액 국비로 충당하겠다는 원칙을 발표했지만, 도가 자체 예산으로 해온 조사와 의견수렴 비용은 절반 넘게 줄인 상태다.

23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서 경기국제공항추진단 예산을 6억7136만 원에서 3억216만 원으로 줄였다. 감액액은 3억6920만원으로 본예산의 54.99%다. 해당 추경은 12일 도의회를 통과했다.
가장 큰 항목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소음영향도 분석 연구용역'이다. 본예산에 편성된 2억2000만원 전액이 삭감됐다. 전체 감액액의 59.59%다. 이 용역은 후보지별 지형과 공항 운영 시나리오에 따른 소음 등고선을 작성해 예상 피해지역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유치 주민설명회 예산 50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도의회 자료결과, 2022년 12월 추진단 신설 이후 올해까지 편성된 관련 예산은 약 27억4200만원이다.
용역 재개는 그 뒤에 이뤄졌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중단됐던 연구용역의 재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재개일은 6일이다. 지난해 12월 중단된 지 약 10개월 만이다.
재개된 것은 '후보지 분석 및 배후지 개발 전략 수립 연구용역'이다.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 등 3개 예비 후보지의 입지 여건과 배후지 개발전략을 분석하는 선행 연구다. 경기도는 내년 2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용역 중단으로 집행하지 못한 이월 예산 2억3800만원은 내년까지 집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삭감된 소음영향도 분석은 이 선행 용역의 결과를 받아 진행하는 후속 사업이다. 주민설명회도 마찬가지로 선행 용역 종료 시점과 연계해 추진할 예정이었다.
경기도는 선행 용역이 멈추면서 두 사업을 연내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해 감액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전체 용역 사업을 일괄 중지시키는 과정에서 삭감된 것이며 사업 지속 의지와 연결해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정 관리 문제는 도의회에서 이미 지적됐다. 송규근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6)은 9월 15일 제393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소음영향도 분석 연구용역의 편성·감액 과정을 따져 물었다. 이 사업은 올해 본예산에 도비 2억2000만원이 편성됐고, 추진단은 감사 종료 후 신속 집행을 위해 4월까지 계약심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감사가 6월 말에 끝나면서 하반기 착수 시 연내 준공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 시기를 조정했다.
송 의원은 선행 연구가 감사로 중단된 상황에서 후속 용역의 계약심사를 진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예산을 유보하거나 조정했어야 하며, 선후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채 편성과 철회를 반복한 것은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9월 10일 건설교통위원회에서는 오진택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화성9)이 추진단 출범 이후 약 27억4200만원이 편성됐지만 성과가 연구용역과 토론회, 홍보 등 행정절차에 집중됐다며 사업 실효성과 조직 운영을 따져 물었다. 같은 위원회에서 한태우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를 통해 자문위원회 개최 축소와 주민설명회 미개최, 홍보사업 축소를 문제로 짚었다.
용역 재개의 근거는 내부 감사 결과다. 경기도는 2025년 용역 수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경기국제공항 사업에 관여했던 전직 자문위원들이 대표로 있는 업체가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자 조사를 진행했다.
경기도 감사위원회는 해당 인사들이 업체 선정 당시 이미 자문위원직에서 해촉됐고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응찰했다는 점 등을 들어 위법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감사 결론은 7월에 나왔지만, 추 지사가 재정난을 이유로 부서별 연구용역을 잠정 중단하도록 지시하면서 재개는 10월로 미뤄졌다.
재정 부담 논란에는 경기도가 선을 그었다.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21일 서면 브리핑에서 공항 관련 사무는 국가사무이고 공항 건설에 필요한 재원은 전액 국비로 추진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재정위기 속에서 수조원대 공항 건설을 재추진한다는 비판에는 사실관계를 왜곡한 주장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다만 공항 건설비와 경기도가 자체 예산으로 시행하는 유치 연구·홍보·주민설명회는 구분해야 한다. 이번에 편성·감액된 추진단 예산은 국가가 부담할 공항 건설비가 아니라 도의 선행 행정비용이다. 국가예산이 확보됐거나 국토교통부가 건설을 승인한 단계도 아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예산을 줄이면서 용역을 재개하고 공항 유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후보지에서는 반발이 이어졌다. 경기국제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22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건설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공항 건설과 운영에 따른 비용, 주민 생활환경과 지역 갈등 문제를 제기하며 사업 필요성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자회견에는 이홍근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화성1) 등 화성지역 도의원 3명이 참석했다.
화성시의회는 6월 '수원 군공항 화성 이전 반대 특별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경기국제공항 추진 동향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집행부에 권고했다.
반면 수원시와 수원지역 국회의원들은 경기국제공항을 수원 군공항 이전과 연계해 국가 공항개발계획에 반영하는 방안을 촉구해 왔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민간 국제공항 구상과 군공항 이전 연계 방안은 추진 주체와 법적 절차가 달라 동일한 사업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경기도는 경기남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와 바이오산업의 항공물류 수요, 도민의 공항 접근성 개선을 추진 근거로 제시한다. 도 자료에 따르면 도민이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시간22분으로, 특별·광역시 평균 49분보다 33분 길다.
화성·평택·이천 3곳은 예비 후보지다. 최종 입지 선정과 국가계획 반영, 국비 확보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