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P 'ONE'터치] 한강의 문장을 학습한 AI, 혁신과 저작권 침해의 경계선에 서다

입력 2026-10-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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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원 오지헌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팀 변호사

▲생성형AI에게 한강, 황석영, 김영하, 신경숙, 김애란 작가의 글이 해적판 경로를 통해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축 과정에서 무단으로 학습된 상황을 이미지로 구현해달라고 요청했다. (챗GPT)
▲생성형AI에게 한강, 황석영, 김영하, 신경숙, 김애란 작가의 글이 해적판 경로를 통해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축 과정에서 무단으로 학습된 상황을 이미지로 구현해달라고 요청했다. (챗GPT)

글로벌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차세대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를 비롯해 황석영, 김영하, 신경숙, 김애란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영문판을 해적판 경로(Books3)를 통해 무단 수집·학습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미국 내 집단소송 덕분이었다. 미국 법원은 약 50만점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으며, 지난 7월 앤트로픽은 총 15억달러(약 2조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하면서 배상대상 도서목록을 공개하였는데, 마침 한국 작가의 책 21종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기술적 진보라는 명분 아래 관행처럼 이뤄져 온 AI 기업들의 대규모 데이터 수집과 무단 활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법적·윤리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AI 빅테크 기업들은 대량의 저작물을 AI 학습에 활용하는 행위가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이나 유럽의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의 예외’에 해당하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기존 저작물을 복제하더라도 AI 모델이라는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변형적 이용’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AI가 가져오고 있는 변화와 상업적 가치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사법부의 시선은 한층 엄격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미국 작가 집단소송(Bartz v. Anthropic) 사례이다. 위 사례에서 도출된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대형 저작권 침해 합의에 이르기에 앞서, 미국법원은 AI 모델 학습 자체의 변형적 성격을 일부 논의하면서도, 불법 해적판 경로로 수집한 도서 수십만 권을 무단으로 복제하여 자체 라이브러리에 장기간 보관한 행위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결국 막대한 손해배상 리스크에 직면한 앤트로픽은 결국 대규모 보상금을 지급하고 해당 불법 수집 데이터를 파기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AI 모델의 '학습' 이전에 '데이터의 취득과 보관'의 절차적 정당성, 적법성이 담보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리스크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이다.

이러한 미국 사법부 판단의 바탕에는 앤디워홀 재단 대 골드스미스(Andy Warhol Foundation v. Goldsmith)'사건 등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공정이용의 적용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원작자의 시장적 가치를 보호하고자 하는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AI 법과 저작권 이용 관련 체계를 마련하면서 투명한 학습 데이터 공개와 권리자의 학습 거부권을 핵심으로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법적·제도적 기준에 관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다만,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탓에 정책적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AI를 활용한 음악 저작권 등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으나, 사회적 공론화 부족과 정부·국회의 지적 속에 불과 20여 일 만에 전격 철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는 AI 생성물의 ‘창작성 인정 범위’와 ‘데이터 무단 학습의 위험성 및 대가 산정’이라는 이슈와 관련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AI 기술의 발전과 창작자의 권리 보호는 엄청난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완전히 양립 불가능한 가치는 아니다. 합의된 절차에 따라 승인과 정당한 보상이 있다면 AI 생태계는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AI 기술은 머잖아 더욱 거대한 법적 리스크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기술발전 또한 되돌릴 방법은 없다. AI 산업이 기존 산업 및 기존 권리자들과 함께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할 때이다.

[도움]

‘법무법인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 2024년, 2025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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