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일본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에 참여하는 업체들과 전력 공급 사업을 논의 중입니다. 핵심은 기존 전력망에 더해 향후 전력 사용량 증가에 대비할 수 있는 별도의 전력원을 확보하는 것이죠.”
홍문교 에스에너지 대표는 28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 가진 인터뷰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지목하며 이같이 밝혔다. 태양광 모듈 제조에서 발전소 설계·시공·운영까지 사업을 확장해 온 에스에너지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AI 산업의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고성능 반도체와 냉각설비를 대규모로 가동하는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서버 증설에 따른 추가 전력 수요까지 고려하면 기존 전력망 외에 별도의 전력 공급 수단을 확보할 필요성도 커진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 태양광 발전설비를 보조 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직접 소비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연료전지까지 결합하면 날씨와 시간대에 따른 태양광 발전량 변동을 보완하면서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홍 대표는 “전 세계의 돈과 관심이 AI로 몰리고 있지만, 그 전에 전기 자체가 있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원이 필요한 곳에는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장치뿐 아니라 연료전지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에너지가 준비하는 사업 모델은 전력 소비 현장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분산형 전원이다. 에스에너지는 이미 데이터센터 사업에 첫발을 뗐다. 올해 8월 정부의 녹색인프라 해외수출 지원펀드와 함께 싱가포르 AI 데이터센터 개발기업이 추진하는 2210만달러(약 315억원) 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 개발사와 5년간 연평균 약 30억원 규모의 운영관리(O&M) 계약도 맺었다.
공장 지붕이나 유휴부지에 설치하는 자가소비형 태양광을 넘어 전력망 의존도를 낮춘 현장 전력 공급 체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홍 대표는 “국내 기업에 재생에너지는 이제 당위가 아니라 거래 조건이 됐다”며 “해외 고객이 납품 조건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조달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송전망 부족이 데이터센터 구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시범운영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을 위한 1차 기술검토 신청 736건 가운데 522건(71%)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수도권 신청 건수 중 279건(53.4%)은 공급불가 판정을 받았으며, 수도권 본심사에 진입한 24건 가운데 최종 통과한 사업은 10건에 그쳤다.
홍 대표는 “송전망을 기다리는 대신 전기를 쓰는 곳에서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답”이라며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장치, 연료전지로 전기를 쓰는 곳에서 직접 공급하는 현장독립형전력공급(GFOS) 모델로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에스에너지는 현지 기업 환경프렌들리홀딩스(EFHD)와 데이터센터 관련 협약을 체결하고 태양광 중심의 협력을 연료전지와 ESS 분야로 넓히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룹 내 연료전지 회사인 에스프리즘도 참여해 현지 적용 가능성과 일본 인증 요건 등을 검토 중이다.
일본 태양광 발전소 시장에서도 성과를 확보했다. 에스에너지는 올해 일본 프라임시장 상장사 카메이와 약 72억원 규모의 33메가와트(MW)급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리파워링 계약을 일본법인을 통해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이달 한국서부발전과 세종 및 사업장 유휴부지 태양광 발전설비 계약을 맺었다. 공동수급 가운데 에스에너지 몫은 약 110억 원이다. 리파워링은 노후 발전소의 설비를 교체해 발전 성능을 높이는 사업으로, 기존 발전소를 활용하면서도 발전량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홍 대표는 “일본은 노후 태양광 발전소의 리파워링 수요가 먼저 열린 시장”이라며 “모듈과 발전소 경험을 함께 가진 회사에 유리한 분야인 만큼 확보한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후속 사업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에스에너지의 경쟁력은 25년간 축적한 태양광 사업 경험에 있다. 2001년 태양광 모듈 사업으로 출발해 발전소 설계와 시공, 운영관리로 영역을 넓혔으며 2007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2024년에는 730와트(W)급 이종접합(HJT) 모듈로 국내 최초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받았고, 중동 시장에서는 공급협약에 따른 1차 물량 본계약을 성사시켰다.
홍 대표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경쟁에 대해 “모듈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라고 본다”며 “고객의 발전소가 돈을 벌어야 우리도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품 성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현장 조건에 맞는 설계와 품질관리, 기술지원을 더해 고객의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경쟁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확대 과정에서는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에스에너지는 올해 사업개발과 설계·조달·시공(EPC) 위험관리, 채권관리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계약 단계부터 원가와 대금 회수 조건을 점검하고 사업 종료까지 수익성을 직접 챙겨 과거 해외 사업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홍 대표는 “해외 사업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수주 금액보다 대금 회수 조건과 파트너의 실행력을 먼저 봐야 한다는 점”이라며 “수주한 사업이 실제 이익과 현금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 유상증자와 7월 자기주식 소각을 단행한 것도 재무구조를 정비하기 위한 조치다. 홍 대표는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업 성과를 실질적인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는 데 경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창립 25주년을 맞은 홍 대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시장 신뢰 회복을 향후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와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확대가 에스에너지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재생에너지 조달난과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가 겹친 지금이 25년 경험을 가진 회사에는 오히려 기회”라며 “상장 당시 시장이 보내준 기대에 꾸준한 실적으로 답하고, 그 결과가 회사의 이익과 주주가치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