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조원이 오갈 수 있는 투자 사업인데 정작 현장은 가보지도 않았다.
20일 열렸던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한미전략투자공사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검토 실태다. 박종원 공사 사장은 현장 실사 여부를 묻는 의원 질의에 알래스카에 간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알래스카 LNG는 약 1300km의 가스관과 액화 설비를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는 물론 혹한의 기후와 공사비 상승, 장기 구매계약 확보 등 따져야 할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투자 검토를 맡은 기관이 현장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사업성 검증이 얼마나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사업성 검토가 끝나기도 전에 미국에서는 한국의 투자를 기정사실로 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국의 알래스카 LNG 투자를 발표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여전히 검토 단계라는 입장이다. 외교적 합의와 실제 투자 결정 사이의 간극이 적지 않은 셈이다.
물론 정부가 알래스카 LNG를 검토하는 배경은 이해할 만하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졌고, 관세로 한국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외교 관계 경색을 막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 협력은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어쩌면 국내 철강·플랜트·에너지 기업에 수익성이 큰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외교적 필요성이 투자 수익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정부 스스로 과거 사업성이 낮았다는 점을 인정한 프로젝트다. 외교적으로 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성에 대한 의문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 떠안을 부담이다. 정부가 외교적 성과를 앞세워 투자를 서두른다면 기업들도 참여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강조했지만, 현실적으로 한미 관계와 통상 협상이 맞물린 대형 국책성 프로젝트에 기업들이 단순 수익성을 이유로 참여 요청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수주 기회가 있다는 이유로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가 문제다. 외교적 성과는 정부가 가져가고 투자 위험은 기업이 감당하는 구조가 돼서는 곤란하다.
알래스카 LNG 투자를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현장 실사와 객관적인 사업성 검증, 손실 위험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먼저다. 외교가 어려울수록 정부는 더욱 냉정해야 한다.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사업에 국민의 돈을 투입하고 기업까지 끌어들이는 일만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