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승부처는 '전력'…건설 밖 인프라로 사업영역 넓히는 건설사들

입력 2026-10-2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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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확보 못 하면 부지 있어도 착공·가동 차질
현대건설 계통연계·GS건설 분산발전으로 보폭 확대
삼성물산, 데이터센터와 발전 묶은 통합시장 진입

▲AI 데이터센터와 변전소·송전망, ESS가 연결된 모습. (사진=AI 생성)
▲AI 데이터센터와 변전소·송전망, ESS가 연결된 모습. (사진=AI 생성)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건설사의 사업 영역이 건물 밖 전력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다. 대규모 전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가동 자체가 어려워 송변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산발전설비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조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플랜트·전력 분야의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앞세워 계통연계와 발전시장 공략에 나섰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호주 에너지 네트워크 기업 오스넷과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기존 송변전 인프라 협력을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와 데이터센터 계통연계 사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관련 시설의 EPC와 운영·관리 분야에서도 기술 협력을 강화한다.

계통연계는 데이터센터를 송·배전망에 연결해 실제 전력을 공급받도록 하는 절차다. 부지와 건축 인허가를 확보해도 주변 전력망 용량이 부족하거나 수전이 늦어지면 착공·가동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수도권 데이터센터 1차 기술검토 522건 가운데 279건(53.4%)이 전력 공급 불가 판정을 받았다. 절반 이상이 본격적인 사업 절차에 들어가기도 전에 계통 여건에 막힌 셈이다.

GS건설은 수요처 인근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분산발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아모지와 세운 합작법인 아문에너지는 이달 8일 롯데정밀화학과 발전용 그린암모니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연료로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1MW급 발전설비를 구축해 2027년 실증과 입주기업 대상 전력 판매를 병행하고 2028년 1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최대 40MW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삼성물산은 데이터센터와 전력을 함께 개발하는 투자 플랫폼에 참여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삼성 관계사 6곳은 지난달 29일 미국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에 총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헬릭스는 데이터센터 개발·운영과 발전, 송배전시설을 통합 제공하고 미국 전력기업 비스트라 등과 전력원 확보를 추진하는 기업이다.

삼성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데이터센터·발전 EPC 역량을 협력 기반으로 제시했다. 헬릭스와 KKR도 삼성의 건설·에너지저장·냉각 역량을 활용할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투자를 매개로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함께 개발하는 시장에 접근한 것이다.

건설사들이 이 시장을 주목하는 것은 데이터센터 한 곳이 건축공사 이상의 연계 일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송·변전시설과 전력망을 보강하고 ESS·자가발전설비도 갖춰야 한다. 고성능 서버의 열을 처리할 냉각·용수시설과 폐수처리시설,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 공사도 뒤따른다. 데이터센터 본체뿐 아니라 전력·환경·기반시설까지 수주 범위를 넓힐 수 있어 기존 플랜트·인프라 경험을 갖춘 건설사에 새로운 먹거리가 되는 구조다.

특히 대형 건설사에는 복잡한 설비를 통합 관리할 역량도 기회다. 데이터센터는 건축물과 전기·기계·냉각설비가 맞물려 개별 설비의 완공보다 전체 시스템의 통합 시운전이 성능을 좌우한다. 발전소와 산업설비에서 복합 EPC 경험을 쌓은 건설사가 사업개발과 조달, MEP, 시운전을 묶어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이유다.

손태홍 건산연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AIDC(AI 데이터센터)가 전력·인허가 등 선행조건을 충족해야 실제 공사 물량으로 전환되는 조건부 성장시장"이라며 “건설기업은 발표된 시장 규모보다 실제 착공 가능성을 판별하는 역량과 미션 크리티컬 공종의 통합관리 역량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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