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도 AI 경쟁력 시대…진화하는 프라임 오피스의 조건

입력 2026-10-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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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타서울 (제공=이지스자산운용)
▲이오타서울 (제공=이지스자산운용)

AI가 산업 전반의 업무 방식을 바꾸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오피스 경쟁력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입지와 건물 규모, 교통 접근성 등 전통적인 요소에 더해 첨단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건물 운영 역량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AI 기술이 업무환경뿐 아니라 시설 관리와 입주자 서비스까지 확산하면서 오피스를 단순한 업무공간이 아닌 기술과 데이터가 결합된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20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CBRE의 '2026 테크 게이트웨이 오피스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전체 오피스 임대차에서 기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2.7%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기준 16.8%보다 5.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AI 관련 기업의 성장세가 기술산업 전반의 오피스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기업의 업무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건물에 요구되는 설비 수준도 달라지고 있다. AI 연구개발과 데이터 분석, 로보틱스 등 업무 특성에 따라 전력과 통신, 냉각 설비 등에 대한 수요가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입주기업이 필요에 따라 설비를 확장하거나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AI 기술은 건물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통합 빌딩 운영 플랫폼이다. 건물 내부의 센서와 설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냉난방과 조명, 환기 등을 제어하고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AI 기반 예측 기술을 활용하면 건물 이용량에 따라 설비 운영을 조정하거나 장비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예지보전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첨단 기술을 실제 업무공간에 접목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가 2022년 준공한 제2사옥 '1784'는 로보틱스와 AI,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한 대표적인 스마트 오피스다. 건물 내부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배송 업무를 수행하며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와 5G 특화망 등을 활용한다.

서울 성수동의 '팩토리얼 성수' 역시 통합 운영 솔루션과 로보틱스 기술을 도입한 사례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한 이 건물은 일반 상업용 오피스에서도 첨단 기술을 활용한 운영 모델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교보AIM자산운용에 약 2548억원에 매각되기도 했다.

신규 오피스 개발시장에서는 미래 기술 수요를 고려한 초기 설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력 공급 능력과 설비 증설 여력, 통신 인프라 등은 건물 완공 이후 변경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후 오피스는 설비 확충에 추가 공사가 필요하거나 건축 구조상 제약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신축 건물은 설계 단계부터 관련 수요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역 일대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복합개발 프로젝트 '이오타 서울'도 미래 업무환경을 고려한 설계를 내세우고 있다. 옛 밀레니엄 힐튼 서울 부지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최대 48MW 규모의 전력 인프라와 층당 최대 1149평의 대형 무주 평면 등이 설계 요소로 제시됐다. 내부 기둥에 따른 공간 제약을 줄여 입주기업이 업무 특성에 맞게 공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대규모 전력 인프라를 확보했다고 해서 모든 임차공간에서 고밀도 연산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활용 범위는 건물의 배전·냉각 설비와 임차구역별 전력 할당량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단순한 설비 규모보다 입주기업의 요구에 맞춰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향후 프라임 오피스의 경쟁력이 물리적 설비와 운영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유연한 공간 구조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에너지 관리, 시설 운영, 입주자 서비스 등을 구현하는 능력이 임차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입지와 건물 품질은 여전히 핵심적인 가치 판단 기준이다. 다만 AI 기술이 업무환경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와 운영 역량이 프라임 오피스의 가치를 결정하는 새로운 변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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