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증가 폭 6년 만에 최소 우려…AI 생산성 효과와 고용 충격 함께 살펴야

18일 국제통화기금(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에 담긴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GDP갭률을 토대로 추산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94%에서 올해 2.14%, 내년 2.20%로 높아진다. 같은 자료와 방식으로 계산한 과거 시계열에서는 1986~1987년 이후 40년 만의 2년 연속 상승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불안을 유발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생산 수준인 잠재 GDP의 증가율이다. 노동과 자본, 생산성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경제의 성장 능력을 보여준다. 이번 수치는 IMF의 실질 GDP와 GDP갭률 전망에 내재된 잠재 GDP를 역산한 것으로, 향후 전망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
고용 흐름은 이 같은 성장 잠재력 개선 전망과 온도 차를 보인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9월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월평균 11만7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을 당초 16만명에서 7월 15만명으로 낮췄지만 이마저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평균 15만명 증가를 기록하려면 10~12월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월 약 25만명 늘어야 한다. 올해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이 가장 컸던 2월에도 23만4000명에 그쳤다.
잠재성장률 반등 전망과 고용 증가세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경제의 생산 능력이 고용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비투자가 늘고 기술 발전으로 같은 인원이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커지면 노동 투입이 크게 늘지 않아도 잠재성장률은 높아질 수 있다.
실제 기업의 AI 도입 효과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생산성 향상과 일부 고용조정이 함께 나타났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의 ‘AI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AI 도입이 기업의 상용근로자 1인당 매출액을 약 20%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변화는 주로 매출 확대와 일부 고용조정을 통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는 생산성 개선이 반드시 고용 확대를 동반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현재 고용시장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산업별 격차다. 올해 1~9월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5만1000명 감소했다. 건설업에서는 3만7000명,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는 3만2000명 줄었다.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취업자도 6만4000명 감소했다.
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취업자는 22만4000명 늘었다. 이 업종의 증가 규모가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을 웃돌아 다른 산업의 고용 감소를 메웠다. 전체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고용 증가를 뒷받침하는 업종이 제한돼 있는 셈이다.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활용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8월 발표한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 보고서는 AI가 업무를 대신하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 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반면 AI가 사람의 업무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활용된 업종에서는 같은 양상이 뚜렷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최근의 청년고용 부진을 “기존의 채용·업무방식 변화를 AI가 가속화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AI 확산뿐 아니라 팬데믹 이후 과잉채용의 정상화, 경력직 중심 채용, 기업 내부교육 약화 등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 보고서는 청년이 AI를 활용하면서 경험과 숙련을 쌓을 수 있도록 경력 형성 과정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AI 시대에 맞는 직업훈련과 기업의 교육·멘토링 지원, 기술투자와 인재 양성 사이의 정책지원 균형이 함께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고용 부진에 대응해 민간·공공 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 기회를 포함한 ‘국민일자리 프로젝트’ 추진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고용 부진 업종의 상황을 지속 점검하면서 산업활력 제고, 인력양성, 일자리·창업 확대, 근로여건 개선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은 16일 일자리전담반 회의를 주재하며 “경제성장의 성과가 국민의 삶 속에서 구체적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기존 대책의 확대는 물론 새로운 정책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