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서만 131조 줄어⋯전체 감소분의 72%
건설·보험 지분 늘리고 코스닥 축소 등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성과를 견인했던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하면서 보유주식 평가액이 100여 일 만에 182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131조원 가량의 평가액 감소가 발생했다. 반도체 호황기에 자산가치 상승을 이끌었던 주력 종목들이 하락장에서는 국민연금의 투자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돌아온 셈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6월 30일과 10월 15일 기준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공시한 상장사 287개 종목의 주식 평가액은 이달 15일 기준 333조5330억원으로 추산됐다. 6월 말 515조9293억원과 비교하면 182조3963억원(35.3%) 감소한 규모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상승 흐름도 꺾였다. 국민연금의 보유주식 평가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24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이번 평가액 감소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불과 몇 달 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4월 1일부터 7월 6일까지의 기간에 보유주식 평가액이 약 189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국내 증시가 급격히 조정받으면서 당시 증가액에 맞먹는 규모의 평가액이 줄었다.
평가액 감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주식의 평가액은 6월 말 대비 74조2261억원 감소했고, 삼성전자도 56조8710억원 줄었다. 두 기업에서 발생한 평가액 감소분은 총 131조971억원으로 전체 감소액의 71.8%에 달한다.
두 종목의 주가 하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6월 말 33만4000원에서 이달 15일 21만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265만원에서 126만2000원으로 급락했다. 국민연금은 이달 15일 기준 삼성전자 지분 7.84%, SK하이닉스 지분 7.32%를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평가액 감소도 두드러졌다. SK스퀘어는 10조8698억원, 삼성전기는 7조5914억원 감소했다. 전체 분석 대상 287개 종목 가운데 평가액이 줄어든 기업은 176개에 달했다.
다만 모든 투자 종목의 평가액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일부 에너지·배터리 관련 기업에서는 주가 상승과 보유 지분 확대 등에 힘입어 평가액이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의 평가액은 같은 기간 9041억원 늘었다. 주가가 9만49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오른 가운데 국민연금 보유 지분율도 6.03%에서 7.14%로 확대됐다. 에쓰오일은 7107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5808억원, 한화솔루션은 4347억원의 평가액 증가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의 종목별 보유 지분율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6월 말 지분 5% 이상 보유 종목은 270개였으며 이달 15일에는 274개로 소폭 증가했다. 전체 종목 수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개별 기업의 지분 확대와 축소는 엇갈렸다.
국민연금이 새롭게 지분율 5% 이상을 확보한 종목은 17개다. 자이에스앤디(9.31%)와 파마리서치(7.94%), DN오토모티브(7.08%), 한화솔루션(6.41%), 고려아연(5.48%) 등이 포함됐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글로벌텍스프리, 한스바이오메드 등 13개 종목은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낮아졌다.
기존 보유 종목 가운데서는 건설·보험·소비재 기업의 지분율 확대가 눈에 띄었다. GS건설 지분율은 7.82%에서 12.88%로 5.06%포인트 상승했다. 현대해상은 9.42%에서 12.37%로, 빙그레는 6.47%에서 9.37%로 높아졌다. 한화와 대한항공, 네이버 지분율도 각각 1.92%포인트, 1.90%포인트, 1.27%포인트 확대됐다.
반대로 파라다이스 지분율은 12.33%에서 8.39%로 3.94%포인트 낮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10.27%에서 6.56%로 감소했다. 증권업종에서는 미래에셋증권(7.23%→6.19%)과 삼성증권(13.36%→12.15%)의 지분율이 각각 1%포인트 넘게 줄었다.
코스닥 종목에서는 지분 축소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조사 기간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높인 84개 종목 중 코스닥 기업은 파마리서치, RF머티리얼즈, 두산테스나 등 7개였다. 반면 지분율을 낮춘 82개 종목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는 21개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대주전자재료 지분율이 7.67%에서 6.27%로, 코스메카코리아는 12.99%에서 10.91%로 하락했다.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 덕산하이메탈과 바이오 기업 올릭스는 지분율 5% 이상 보유 종목에서 제외됐다.
국민연금이 건설·보험 등 일부 종목의 지분율을 확대하는 동안 코스닥과 바이오 관련 종목에서는 지분 축소가 나타난 것이다. 다만 지분율 변화에는 실제 주식 매매뿐 아니라 발행주식 수 변동 등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이를 곧바로 특정 업종에 대한 투자 확대나 자금 회수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