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빨대' 사흘 뒤 소방관이 쓰러졌다…추미애, 제주 접고 부천 화재 현장으로

입력 2026-10-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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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대 2명 고립·심정지 후 호흡회복…’관사 방화' 허위신고 60대 체포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 13일 국정감사장에서 이렇게 말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사흘 뒤 소방관이 심정지 상태로 실려 간 화재 현장에 섰다.

▲16일 오전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금속 사출 인쇄·도장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화재로 소방관 5명과 공장 관계자 2명이 다쳤다. (부천소방서)
▲16일 오전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금속 사출 인쇄·도장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화재로 소방관 5명과 공장 관계자 2명이 다쳤다. (부천소방서)

16일 경기 부천의 공장 화재로 소방관 5명이 다쳤고, 가장 먼저 불길 속에 들어간 2명은 중태에 빠졌다. 추 지사는 제주에서 잡혀 있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와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 일정을 모두 접고 부천으로 향했다.

발언 이후 사흘 동안 일이 잇따랐다. 14일 소방노조가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15일에는 발언에 화가 났다며 "관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119에 허위 신고한 60대가 체포됐다. 16일에는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쓰러졌다.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8시38분께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4층짜리 금속사출인쇄·도장공장 3층 세척실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공장 안에는 제4류 위험물인 인화성 액체가 보관돼 있었다.

소방대는 신고 5분 뒤인 8시43분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당국은 8시57분 대응 1단계를, 9시9분 인접 소방서 5~6곳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10시22분 큰 불길을 잡았고, 소방청에 따르면 11시께 불을 완전히 껐다. 소방관 80명과 장비 38대가 투입됐다.

△ 선착대 2명, 연기 속에 갇혔다

피해는 처음 들어간 대원들에게 몰렸다. 30~40대로 추정되는 소방관 2명이 불이 난 3층에 진입해 진화하다 건물 안에 고립됐고, 구조된 뒤 각각 순천향대 부천병원과 인하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1명은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다가 응급처치 끝에 호흡을 되찾았다.

소방당국은 "중상자 2명은 치료받고 있으며 생명에 지장이 있는지는 추가 상황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소방관 3명은 탈진과 연기흡입으로, 공장 관계자 2명은 연기흡입과 얼굴·팔 화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김수철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불길에 고립돼 (다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립 경위에 대해서는 "일단 최초에 진입해서 연기가 많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불이 번지는 과정에서 후착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있으면서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지원인력이 오기 전까지 연기와 불길 속에서 버텨야 했다는 뜻이다.

화재 원인도 조사 대상이다. 김 과장은 “3층 금속사출인쇄 도장공장에서 세척 중 최초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 중”이라고 했다. 공장 관계자는 금속사출인쇄 작업 과정에서 불이 난 것 같다는 취지로 소방당국에 설명했다.

추 지사는 큰 불길이 잡힌 뒤인 11시2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3분 만에 출동을 해주셔서 화재가 확산되는 걸 막아주셔서 우선 감사드리고 현장 출동을 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며 "그런 희생적인 용기 덕분에 큰 피해를 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태에 빠진 두 분 소방관들 용기와 희생에 위로를 드린다"며 "치료와 회복에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계속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추 지사 곁에서 한 소방관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사진에 담기기도 했다.

▲16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의 한 도장공장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경기도지사 (뉴시스)
▲16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의 한 도장공장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경기도지사 (뉴시스)

△ ’잡아먹는다'던 예산, 추모사업비는 0원

사흘 전 국감장에서 추 지사가 소방을 설명한 말은 달랐다. 그는 소방 예산의 국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의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며 "인건비만 하더라도 2027년도에 1조1000억원을 잡아먹게 되고, 사업비만 5000억원가량"이라고 답했다.

경기도는 대변인실을 통해 소방관을 폄하하려는 뜻이 아니라 국가직 전환 뒤에도 지방정부가 재정 대부분을 부담하는 구조를 설명하려는 취지였다 고 해명했다. 추 지사가 8월 공개한 경기도 수치로는 도내 소방 인건비 1조1000억원 가운데 정부 지원은 800억 원, 사업경비 4000억 원 가운데 정부 지원은 300억 원으로 국비 비중이 7%대다.

경기도가 스스로 줄인 소방예산도 있다. 경기도는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예우하는 '경기소방119메모리얼데이' 사업비 1억원을 전액 감액했다. 12일 도의회에서 17개 사업 216억원이 되살아날 때도 이 예산은 복원 목록에 없었다.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에서 "경기도 대변인실의 설명처럼 묵묵히 도민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그 뜻은 예산에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했다.

△ 사과 요구 사흘째…직접 사과는 확인 안 돼

소방노조와 정치권은 추 지사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재정 빨대', '잡아먹는다'는 발언으로 소방관들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7만 소방관 앞에 즉각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했다. 한국노총 소속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도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추미애 지사는 소방관들의 명예에 상처를 준 발언에 대해 진정성 있게 즉각 사과하고, 소방예산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 발언이 공개된 시점까지 추 지사가 '빨대' 발언을 직접 사과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 "관사 불지르겠다" 119 허위 신고…59분 만에 체포

발언의 여파는 경찰 사건으로도 번졌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60대 남성 A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15일 오전 10시26분께 경기도 국정감사 관련 뉴스를 보다 119에 전화해 "광역자치단체장의 관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말한 혐의를 받는다.

부산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은 119에서 신고를 넘겨받은 뒤 A씨의 과거 112·119 신고 이력을 확인해 머물 만한 장소를 추정했다. 해운대경찰서는 주변을 수색해 신고 59분만인 11시25분께 해운대구의 한 병원에서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경찰에서 평소 소방을 사랑하고 존경해왔는데 추 지사가 국정감사에서 '소방은 재정빨대'라고 하자 화가 나서 신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소방관이나 관련 업계 종사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실제로 불을 지를 의지나 계획 없이 신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기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쓰러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5년 11월 24일 고양시 덕양구 자동차 공업사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성치인 고양소방서 소방경은 치료를 받다 2026년 3월 3일 순직했다. 4월 12일에는 전남 완도의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2명이 내부에 고립돼 숨졌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위험 직무 수행 중 숨진 소방관은 35명이고, 이 가운데 14명이 화재 진압 중 숨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화재 상황을 보고받고 소방청과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진압 과정에서 소방대원들의 안전 확보에도 특별히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소방청에 가용 소방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고립된 소방대원 구조와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하고, 현장 대원들의 2차 사고를 막으라고 긴급 지시했다.

소방당국은 3층 세척실을 중심으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선착대 2명이 건물 안에 고립된 경위와 현장 안전관리 과정도 함께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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