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 등 정비구역 389곳 해제 과정 문제"…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 [종합]

입력 2026-10-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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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비구역 해제로 43만 가구 공급 기회 상실" 분석
해제 구역 177곳 정비사업 재추진…공급·이주 수요 통합 관리

▲김성보 행정2부시장 (뉴시스)
▲김성보 행정2부시장 (뉴시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16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된 뉴타운·재개발 정비구역 해제 정책에 대해 "주민의 뜻을 받들고 합리적이고 적법했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당시 정비구역 해제 업무를 직접 총괄했던 김 부시장은 과거 정책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주택공급 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김 부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 주택 공급정책 20년의 평가와 성찰' 백서 발표 브리핑에서 "역사는 진실이 남아야지 승자의 역사가 되면 안 된다"며 "지난 10년간 서울시 주택공급 정책의 사실과 문제점이 정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지금 추진하는 공급 대책의 기초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시장 때 제가 정비구역 해제 지역을 총괄했다"며 "당시 내부적으로 'ABC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해제할 지역과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할 지역, 추가 검토가 필요한 지역을 나눠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뒤 공무원들이 본연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강한 질책을 받았다"면서도 인사상 불이익이나 이른바 적폐 청산은 없었다고 밝혔다.

백서 발간 시점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정치적 의도라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김 부시장은 "작년 중반부터 백서 작업을 시작했다"며 "최근 주택공급 문제와 정부와의 협의, 정치권의 발언 등을 보면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은 왜곡된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 용기를 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백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의 정비구역 683곳 가운데 389곳(57%)이 해제됐다. 이들 지역에서 당초 계획됐던 약 43만 가구의 주택공급 기회가 사라졌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특히 해제된 정비구역 중 159곳(41%)은 추진위원회나 조합 등 사업 추진 주체가 이미 구성된 상태였다.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곳이 131곳,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이 17곳,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은 곳이 11곳이었다.

해제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시는 해제구역 389곳 중 주민 의견조사 없이 직권해제한 유형이 66곳(17%), 의견조사 과정에 오류나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유형이 264곳(68%), 주민 의사와 달리 일몰제를 적용해 해제한 유형이 59곳(15%)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창신·숭인 재정비촉진지구에서는 전체 14개 구역 가운데 7개 구역만 주민들이 해제를 요청했지만, 나머지 7개 구역도 주민 의견조사 없이 직권해제됐다.

김 부시장은 당시 해제가 모두 비정상적이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모두 다 비정상인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이 비정상적이었다"며 "직권해제라는 강압적이고 전제적인 권한을 공권력이 휘두른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 대신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에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재생활성화사업에 9110억원, 주거환경개선사업에 1850억원 등 총 1조960억원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도시재생사업과 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 발생한 매몰비용은 각각 1632억원과 8억원으로 총 1640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제된 정비구역 389곳 가운데 177곳에서는 현재 정비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나머지 212곳의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 직무대리는 "재개발은 민간이 주체가 되고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추진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비구역 해제와 신규 지정 위축의 영향은 최근 착공 물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2016~2020년 연평균 2만9000가구였던 정비사업 착공 물량은 2021~2025년 연평균 1만5000가구로 약 48% 줄었다. 반면 오세훈 시장이 재취임한 2021년 이후 정비구역 지정은 늘어 2016~2020년 77곳에서 2021~2025년 172곳으로 증가했다.

이날 김 부시장은 정부의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확대 방침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서울시가 2031년까지 아파트 31만 가구 착공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별도로 도심공공복합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과거 10년간 서울에서 연평균 3만7000~4만 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됐을 때 별다른 이주 대란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앞으로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주택 철거와 입주 물량을 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모아주택 등의 철거와 입주 물량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서울 인접 지역과 3기 신도시의 신규 입주 물량까지 반영해 이주 수요를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시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서울시 이주 대책에 대해 같은 고민이나 협력을 전혀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심공공복합사업은 원래 민간이 사업하기 어렵거나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곳에 공공이 재원을 투자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며 "재개발이 어려운 곳을 돕는 공공의 역할에는 찬성하지만, 주택공급은 서울시가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정부가 나서서 이주 문제만 더 심화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 자치구들이 추진하는 정비사업 권한 이양 방안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부시장은 "인력도 없고 전문가도 부족하고 운영도, 제도도 갖춰지지 않았는데 자치구청장에게 용도지역 변경과 용적률, 규모, 용도에 관한 권한을 모두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도시계획은 전체적인 광역 계획 아래 이뤄져야 한다"며 "정비사업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려면 교통·환경영향평가와 주택법, 건축법, 국토계획법,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을 함께 손질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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