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소방재정 빨대' 역풍…”7만 소방관에 사과하라" 해명은 대변인 몫

입력 2026-10-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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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예산 국비 비중 2021년 14.9%→2025년 10.7%… 국비 확대엔 여야·노조 한목소리, '빨대'가 갈랐다 관용차는 '전임 결재·인수위 가동 뒤 계약·취임후 인수' 날짜 공방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지방정부가 떠안는 구조를 바꾸자는 데에는 질의한 의원도, 답변한 도지사도, 반발한 소방노조도 같은 쪽을 가리켰다. 갈라진 것은 말이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장에서 소방을 '골치 아픈 재정 빨대'에 빗대자 양대노총 소방노조와 국민의힘이 잇따라 사과를 요구했다.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발언은 1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의 재정비상선언을 따지면서 "소방 예산 중에 국비를 전체적으로 높여달라는 요구를 해야지, 이것을 세원을 조절하면 또 다른 충돌이 온다"고 했다. 추 지사는 "의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며 "인건비만 하더라도 2027년도에 1조1000억원을 잡아먹게 되고, 사업비만 5000억원가량"이라고 답했다.

반발은 이튿날 터졌다. 민주노총 계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14일 성명에서 이 발언을 "전국 7만 소방공무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모독 행위"로 규정했다. 노조는 “'재정 빨대', '잡아먹는다'는 발언으로 소방관들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7만 소방관 앞에 즉각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노총 소속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도 15일 "소방은 누군가의 주머니를 축내는 빨대가 아니라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수호자"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노조의 화살은 정부에도 향했다. 노조는 "정부는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했다며 생색을 내놓고, 정작 인건비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길중 위원장은 "소방 인건비 전액을 국가재정으로 부담하는 등 기형적인 예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자신은 고급 관사에 살며 소방관은 재정 빨대로 낙인찍는 내로남불식 이중 잣대"라며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지적하고 고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변인단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현장 소방관들의 피와 땀을 '재정 빨대'로 폄훼한 망언에 대해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대변인단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거부하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도의회 차원의 모든 행정적·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명은 추 지사가 아닌 경기도 대변인이 내놨다.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14일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관련 재정을 지자체가 대부분 부담하고, 오히려 국고 지원 비율은 줄어드는 현실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며 "경기도 소방직 공무원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소방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과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추 지사는 15일까지 직접 입장을 내지 않았다.

△ 국비 비중 14.9%→10.7%…방향은 여야·노조 모두 같아

경기도 해명 가운데 '국고 지원비율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대목은 국회 자료로 확인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체 소방예산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에서 2021년 14.9%까지 올랐다가 2022년부터 내려가 2025년 10.7%에 그쳤다. 2025년 소방인건비 예산 6조3632억원 가운데 소방안전교부세로 지원되는 인건비는 5476억원으로 8.6%다.

경기도 사정은 더 기울어 있다. 추 지사가 8월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도내 소방공무원 약 1만1000명의 인건비 1조1000억 원 가운데 정부 지원은 800억 원, 사업경비 4000억 원 가운데 정부 지원은 300억 원이다. 이 수치로 계산하면 국비 비중은 7%대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국비 지원 통로인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개별소비세의 45%로 조성되며, 인건비 몫 25%와 사업비 몫 20%로 나뉜다. 정부가 올해 17개 시·도에 교부한 소방안전교부세는 1조503억원이다.

이 구조를 문제 삼은 쪽은 추 지사만이 아니다. 15일 추 지사를 비판한 조 대변인은 2025년 소방의 날 논평에서 "정부는 인건비 10%도 부담하지 않는다. 사실상 '말로만 국가직'"이라고 했다. 이번 국감에서 국비 확대를 먼저 꺼낸 것도 국민의힘 권 의원이었다.

추 지사도 같은 요구를 이어왔다. 8월 5일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한 뒤 사흘 만에 "국가직 공무원 인건비는 중앙정부 몫"이라며 인건비 구조를 문제 삼았다.

경기도 재정혁신 태스크포스(TF)는 8월12일 국가직 소방공무원에 대한 국비 부담 확대를 10대 과제에 넣었다. 추 지사는 9월7일 신용한 충북지사와 소방인건비 국비 부담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고, 9월9일에는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만나 연 1조1000억원의 소방인건비 부담을 들어 세원구조 개편을 요청했다. 경기도의회도 12일 담배소비분 전환 등을 담은 세제개편 결의안을 채택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방본부는 14일 ‘추미애 경기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망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소방관들은 재난 현장의 최일선에서 화마와 싸우며 묵묵히 헌신하고 있다”며 “7만 소방관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방본부는 14일 ‘추미애 경기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망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소방관들은 재난 현장의 최일선에서 화마와 싸우며 묵묵히 헌신하고 있다”며 “7만 소방관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관용차, 날짜로 본 공방

국감에서는 관용차도 도마에 올랐다. 추 지사는 7765만원에 계약된 아이오닉9 관용차를 두고 "전임 지사께서 매입 결정을 했고 이번에 알게 됐다"며 "도지사 출퇴근용 차라 제가 타게 된 것뿐"이라고 답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위증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도의회 제출 자료에 차량 구입·입차일이 취임 일주일 뒤인 7월8일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도의회 국민의힘도 15일 논평에서 추 지사의 답변을 "무책임한 회피"로 규정하고 계약과 인수 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는 14일 날짜를 공개했다. 도에 따르면 노후 공용차량 4대를 불용 처리하고 같은 수를 새로 사는 '공용차량 불용 및 구매계획안'은 6월 11일 결재됐다. 도는 이후 17일까지 행정절차를 거쳐 6월 29일 계약했고, 7월 8일 차량을 인수해 운행을 시작했다. 구매비는 2026년 본예산에 편성된 4대분이며, 새 차량은 전기차라 차량 부제를 적용받지 않고 운영비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여당은 다른 날짜를 들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계획안 결재일이 추 지사 인수위원회가 가동된 6월15일보다 나흘 앞선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힘을 반박했다.

날짜를 한 줄로 놓으면 구매계획 결재(6월11일)와 계약(6월29일)은 김동연 전 지사 임기 중, 계약은 추 지사 인수위 가동 이후, 차량 인수(7월8일)는 추 지사 취임 이후다.

소방노조는 추 지사의 공식 사과와 소방 인건비 국비 확대를 함께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해명에서 소방 재원 확보를 약속했지만, 사과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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