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별 연체채권 관리 실적을 공개한다. 관련 실적은 향후 포용금융 평가에도 일부 반영될 전망이다. 금융회사의 채권 포기와 채무조정 확대를 유도하려는 취지지만 은행권에서는 단순 실적 비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금융회사별 연체채권 관리 실적을 이르면 이달 중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시 대상은 은행·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상호금융 등으로, 업권별 금융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공시 항목은 △채권 포기 △채무조정 △채권 매각 실적이다. 금융사들이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회계상 이미 손실 처리한 연체채권도 관리 실적에 포함된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시작으로 향후 반기 단위로 정례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세부 공시 항목과 양식을 은행권 실무부서에 이미 전달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2월 발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금융당국은 12일부터 일정 금액 이하의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에 대해 소멸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대손을 인정하는 제도도 시행했다. 금융회사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상각한 뒤에도 소멸시효를 반복 연장하며 추심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공시는 금융회사의 채권 처리 방식을 드러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에도 일부 금융회사는 사업보고서와 IR 자료 등을 통해 대출채권 상각·매각 실적을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상각 이후 채권까지 포함해 연체채권의 포기·채무조정·매각 실적을 금융회사별로 공개한다.
금융당국은 연체채권 매각 실적까지 공개해 금융회사가 부실채권을 외부에 넘기는 데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채권 매각 자체는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아닌 만큼 자체 채무조정과 채권 포기 등을 통해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금융당국은 연체채권 관리 노력을 향후 마련할 포용금융 평가체계에도 일부 반영할 계획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채권 포기와 자체 채무조정 등 금융회사의 채무자 보호 노력이 평가에 일정 부분 반영될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평가 항목과 반영 비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회사별 실적 공개가 실제 채무자 보호 수준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는 과제다. 은행마다 연체채권 규모와 차주 구성이 다른 만큼 채권 포기나 채무조정 건수·금액만으로 금융회사의 채무자 보호 노력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채권 관리 실적이 공개되고 평가에도 반영되면 은행 간 줄 세우기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스럽다”며 “은행별 채권 규모, 차주 구성, 연체채권의 특성이 다른 만큼 단순 수치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포용금융 평가에도 반영되면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나 재기 가능성보다 채무조정 건수나 채권 포기 금액을 늘리는 데 치중할 우려가 있다”며 “단순한 실적 경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채무조정의 실효성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