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도시계획 불균형 우려 보완키로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을 수정 가결했다. 당초 추진했던 3만㎡ 이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이양을 유지하되 난개발과 자치구 간 도시계획 불균형을 막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1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제204차 정기회의를 열고 ‘정비사업 권한이양 관련 법령 개정 건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승로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성북구청장)을 비롯해 25개 서울 자치구청장들이 참석했다.
이번 안건은 서울시가 가진 정비구역 지정 권한 등을 자치구에 넘기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서울 16개 자치구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당초 논의됐던 ‘500가구 미만’ 대신 ‘3만㎡ 이하’ 정비구역을 권한이양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사업 과정에서 가구 수는 달라질 수 있지만 구역 면적은 상대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비구역 면적과 정비기반시설 규모, 건폐율·용적률 등의 변경기준을 현행 10% 미만에서 20% 미만으로 늘리고, 공공시설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 변경도 경미한 변경항목에 추가하는 방안이다. 소규모 정비구역을 위한 별도의 통합심의위원회 구성도 추진한다.
다만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권한이양에 따른 난개발과 자치구 간 도시계획 불균형을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협의회는 서울 전체의 도시계획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과 광역 차원의 조정 방안 등을 보완해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승로 협의회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구청장들이) 우려하는 난개발이라든가 또 전체적인 도시계획 차원에서 상호 간에 균형을 이뤄야 된다, 컨트롤타워가 별도로 필요하다는 부분들은 수정해서 하는 걸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협의회는 이날 제기된 난개발 방지와 도시계획의 일관성 확보 방안 등을 구체화해 12월 중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법령 개정을 공식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회의에서는 권한이양의 필요성과 추진 절차를 놓고 구청장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A구청장은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서울시와 정비계획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며 자치구가 직접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구청장은 정비사업이 개별 자치구뿐 아니라 서울 전체의 도시계획과 연결되는 만큼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구청장들은 권한이양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거나 추진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자치구들이 권한이양에 동의하는 이유는 정비사업의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현재 정비구역 지정과 주요 정비계획 변경 등은 서울시가 결정하는 반면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인가 등 상당수 후속 절차는 자치구가 담당한다. 자치구들은 사업 과정에서 계획 변경이 발생할 때마다 서울시 심의를 거치면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이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이 협의회장은 “서울시는 상정되면 3~4개월이면 처리하지만 상정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어렵다”며 “계획안을 수정하고 주민공청회나 총회를 다시 거치려면 6개월에서 1~2년까지 걸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권한이양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약 65개 정비구역의 조합장과 추진위원장으로 구성된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는 전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한이양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비구역 지정은 신속통합기획 도입으로 빨라졌지만, 자치구가 담당하는 후속 인허가 절차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정부·여당은 정비사업 권한이양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주택공급정책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정비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가진 일부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영배 의원은 “현실 가능한 정비사업의 역할 분담 체계를 정립하자”고 했다. 국토교통부도 정비사업 권한이양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