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쟁의 현장의 상식, 법원 생각은 다르다

입력 2026-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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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게시물도 임의이동 땐 파손
CCTV를 근태확인에 써도 처벌대상
노무 관리에 법감정 부합 확인해야

쟁의행위가 시작되면 노무 담당자와 관리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판단을 내려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 게시된 현수막과 포스터를 임의로 철거해도 되는지, 출근하지 않은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CCTV 영상을 돌려 봐도 되는지, 점거에 참여한 근로자들에게 어떻게 통보해야 하는지 등 수많은 질문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영역은 실무자의 상식과 법원의 판단 사이에 유독 차이가 큰 부분이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조합의 홍보물이나 게시물이다. 많은 사업장은 단체협약이나 사내 규정으로 게시물을 붙일 수 있는 장소와 절차를 정해 두고 있다. 쟁의행위가 시작되면 합의한 범위를 벗어난 현수막과 포스터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노무 담당자나 관리자들로서는 회사 시설에 절차도 거치지 않고 붙인 것이니 떼어 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대법원은 일찍이 도로변에 무단으로 세운 불법광고물도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899 판결). 꼭 물건을 못 쓰게 만들어야만 손괴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주차된 차량 앞뒤에 구조물을 바짝 붙여 놓아 17~18시간 동안 운행하지 못하게 한 사람에게, 차량 자체에는 아무런 훼손이 없었는데도 재물손괴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도13764 판결).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면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이라도 재물에 해당하고, 게시물을 망가뜨리지 않고 떼어 내 창고에 보관만 하더라도 손괴에 해당하게 된다.

하급심들의 결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법원은 노동조합 현수막을 철거하여 창고에 보관한 골프장 측 관계자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가처분이나 민사소송 같은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철거한 점을 지적하거나(대구지방법원 2016. 6. 3. 선고 2015노2854 판결), 본사가 낸 현수막 철거 가처분이 기각된 지 한 달 만에 현수막과 피켓을 떼어 낸 영업점 관리자에게, 설령 그 현수막이 정당한 노동쟁의의 범위를 벗어나 설치된 것이라 하더라도 손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광주지방법원 2026. 1. 29. 선고 2025고정386 판결). 현수막 철거가 예외적으로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사례도 없지는 않지만(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4. 4. 25. 선고 2023고단1172 판결), 적어도 수사기관에서 정당행위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폐쇄회로TV(CCTV)도 예상을 빗나가기 쉬운 대상이다. 쟁의 기간에는 누가 언제 자리를 비웠는지 확인할 일이 늘어나고, 사업장에 설치된 CCTV를 돌려 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일부 법원은 방범이나 안전을 위하여 설치한 CCTV의 영상을 직원의 근태 확인에 쓰는 것이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처벌하고 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1항).

법원은 직원의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려고 열흘 치 영상을 열람한 경우(서울동부지방법원 2026. 2. 11. 선고 2025고정1043 판결)나, 근무시간 중 운동을 한 경비원의 행적을 CCTV로 확인한 경우(의정부지방법원 2025. 1. 17. 선고 2024고정294 판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해당 판결들은 당초 CCTV 설치 취지와 개인정보 수집 동의 범위를 고려하여 내려진 판결들로 모든 사업장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적어도 CCTV를 통하여 쟁의행위 참여 여부나 출근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CCTV 설치 목적과 개인정보 수집 동의 여부, 동의의 범위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당연히 인정될 것 같은데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원은 최근 노동조합원 70여 명이 집회 도중 회사 건물 1층 로비와 주차장을 사흘에 걸쳐 점거한 사건에서, 회사가 경찰에 신고하였고, 경찰이 아홉 차례나 해산명령을 내렸음에도 퇴거불응죄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였다(광주지방법원 2026. 1. 22. 선고 2024고단4739 판결). 시설관리권자는 회사인데 시설관리권을 위임하였다고 보이지는 않고, 해산명령은 모인 사람들을 흩어지게 하는 것이어서 그 장소에서 나가라는 퇴거 요구를 당연히 포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시설이나 제3자의 건물을 점거하는 등 위법한 쟁의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적법한 시설관리권자가 직접 퇴거 요구를 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결론들이 일반적인 법 감정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른 사정들이 참작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 단위로 돌아가는 노사관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노무 담당자와 관리자들은 회사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내 상식과 법의 기준이 부합하는지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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