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업권 다투고 담보권 막히고⋯끝나지 않은 ‘돈 찾기’ [저축은행 사태, 15년 청구서]

입력 2026-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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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10-12 18:1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금융위기 수습했지만 자산 정리는 장기화
예보, 복잡한 권리관계에 법적 대응 지속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부실자산 회수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복잡하게 얽힌 채무관계와 담보권 분쟁, 재산 은닉 여부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회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소송과 자산 처분 지연으로 회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늘어나면서 부실 정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권과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예보)는 파산 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으로서 대출채권과 담보자산을 관리하며 회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채권은 사업권 승계와 재산 은닉 여부, 담보권의 효력 등을 둘러싼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부산2·중앙부산·대전·전주저축은행 등 5곳이 2010년 총 700억원의 대출을 내준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파트 개발사업이다. 기존 시행사가 파산한 뒤 다른 업체들이 해당 부지에서 개발을 이어가자 예보는 새 사업자들을 상대로 대출금 상환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채무 인수 증거가 부족하다며 예보의 청구를 기각했다. 같은 땅에서 개발사업이 이어지더라도 기존 빚까지 자동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채무승계 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새로운 사업자에게 상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회사 금고에 보관된 거액의 현금을 놓고도 예보가 패소한 사례가 있다. 부산·부산2저축은행이 자금을 공급한 캄보디아 개발사업의 국내 시행사는 분양 실패 등으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수백억원의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시행사 대표는 회사 계좌가 가압류되자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받은 용역비 약 76억원과 부가가치세 환급금 약 2억2300만원 등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수령해 대표이사실 금고에 보관하며 사용했다.

예보는 이를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재산 은닉으로 보고 대표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현금 인출과 금고 보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자금이 회사 운영비로 사용됐다는 점 등을 들어 청구를 기각했다. 불법적인 채권침해라는 점까지 증명하지는 못한 셈이다.

수십억원대 슈퍼카를 담보로 잡고도 채권 회수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피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도민저축은행은 자동차 수입업체 운영자 측에 페라리 엔초와 부가티 베이론을 담보로 각각 10억원과 12억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두 차량에 대해 다른 채권자들도 권리를 주장하면서 담보권을 둘러싼 소송으로 번졌다.

법원은 페라리의 경우 담보권 등록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며 다른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막을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부가티는 적법한 차량 보관 사실이 인정돼 다른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막을 수 있었다. 고가의 담보물을 확보하더라도 법적 절차에 허점이 있다면 채권 회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 회수는 단순히 남은 재산을 처분하는 문제가 아니라 과거 대출 과정에서 형성된 복잡한 권리관계를 정리하는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업권 승계 여부부터 재산 은닉의 위법성, 담보권의 효력까지 개별 소송에서 입증해야 하는 만큼 부실자산의 존재가 곧 회수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불안을 수습한 성과는 있지만, 투입액 대비 회수율과 장기화에 따른 관리 비용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며 “단순 회수액뿐 아니라 정리 지연에 따른 비용과 책임자 재산 환수 성과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시장 안정과 예금자 보호를 위해 부실 저축은행 정리는 불가피했지만,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상당한 미회수액이 남아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 예방 관리와 신속한 정리 체계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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