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품원, 수출·창고 등록 수량 차이 확인해 해경 의뢰 방침…업계 "거래 구조 규명해야"
미허가 수산물 가공 의혹을 보도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기획]부산 530억 수산기업, 비인가 가공공장 통한 EU 수출…파장 확산)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글날 연휴인 10일에도, 감천위판장에서 수매된 고등어가 감천항 5부두 인근 P사로 이동해 HNG(어류 두절가공) 작업이 이어졌다. 수매자는 첫 보도 때와 같은 E사였다. 미인가 수출 가공품은 국내 수산 대기업 S씨푸드의 부산 감천창고로 이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인가 가공 의혹이 가공 현장에만 그치지 않고 보관과 수출 과정으로 이어지는 경로까지 확인되면서 관련 업체들의 역할 규명이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언론에서 취재를 하니까 수량을 맞춰야 하잖아요. 오히려 작업을 더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수출된 가공품이 예를들어 1700개 박스라면 창고 등록 수량은 1000개박스로 잡혀있으면 700개 분량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휴에도 공장은 돌아간다는 얘기였다. 취재가 시작되자 현장은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이번 후속 취재의 핵심은 수산가공품이 향한 냉동창고다.

S씨푸드는 EU 수출용 수산물을 직접 가공하지 않는다. EU 인증 냉동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등록된 그룹의 부산 냉동보관창고는 부산 서구 원양로 79 제2물류센터로, EU 인증 등록번호는 KEP-0032다.
EU 수출용 수산물은 관련 위생·시설 등록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보관시설의 인증과 실제 가공시설의 적격성은 별개다.
비인가 시설에서 가공된 수산물이 인증 창고로 이고됐다는 사실만으로 가공 과정까지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쟁점은 여기서 시작된다. 비인가 가공공장인 P사에서 가공된 수산물이 어떤 절차를 거쳐 S씨푸드 창고에 입고됐는지, 해당 물량이 EU 수출 과정에서 어떤 서류로 처리됐는지다.
부산·마산 지역의 복수 수출가공업자들은 “S씨푸드 같은 대기업에서 이런 구조를 모를 리가 없다”며 "중견기업과 수산 대기업 간의 불법 카르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현지 업자들은 "전라도 완도 같은 지역에서의 산지 작업 시 FFP(EU 어업제품 규정) 규정을 지켜서 인가공하는 공장이 없는 상태로 불법 비인가 가공이 되어 이고 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다만 S씨푸드가 해당 가공의 위법성을 인지했는지, 수출 절차에 부적절하게 관여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창고 입고 기록과 거래 내역, 수출 관련 서류를 통해 실제 역할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관계 당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 담당자는 지난 7일 본지에 "불법 가공 HNG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언론이 특정한 해당 업체가 필렛 작업한 수산물의 EU 수출 현황을 확인해 이고된 공장이 S씨푸드임을 확인했다"고 취재 중인 기자에게 밝혔다.
이어 수출 품목의 양과 S씨푸드에 등록된 양 사이에 차이가 있어 "해경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량 불일치가 수사기관 의뢰로 이어지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수출 물량과 창고 등록 자료 사이의 차이가 확인된 만큼, 가공부터 보관, 수출까지 이어지는 거래 구조 전반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도 감천항 5부두 인근 공장은 멈추지 않았다.
본지는 앞서 개천절 연휴인 지난 4일 감천위판장에서 수매된 고등어가 P사로 이동해 HNG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을 확인했다. 당시 P사 담당자는 “EU 수출 등록은 안 돼 있지만 E사와의 거래관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조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현장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확인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비인가 가공시설에서 처리된 수산물이 어떤 절차로 인증 냉동창고에 입고됐는지, 수출 물량과 등록 수량의 차이는 왜 발생했는지, 각 업체는 가공·보관·수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다.
현장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 수품원의 해경 의뢰가 이 카르텔의 민낯을 얼마나 드러낼 수 있을지, 이제 수사기관의 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