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역 수출 등으로 지난해 기준 43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부산 지역의 한 수산물 수출기업이 EU 수산물 수입규정을 위반해 사실상 무허가 작업을 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있다.
지난 1일 수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 등 당국은 수산물 사업을 영위하는 E사를 EU 수산물 수입규정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사는 매출 530여 억 원 규모의 업력 10년차 기업으로 수산물 도매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과 감천어판장에서 각각 중매인 자격을 획득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수출 관련 매출만 431억 원에 달한다. 2019년에는 해양수산부로부터 수산물 수출공로탑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E사가 EU 비인가 공장인 P사에서 HNG(어류 머리 절단 작업)를 한 뒤 EU 인증 냉동창고로 이고(移庫)해 수출했다는 점이다. EU 비인가 시설에서 가공한 수산물을 인증 시설을 거친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이른바 '가공지 세탁'이다.

특히 본지 취재 결과 개천절 연휴 마지막 날인 5일 부산공동어시장 감천위판장에서 경매를 거친 다량의 어획물을 사하구 감천항 5부두 인근에 위치한 P사로 이동시켜 HNG 작업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연휴 기간을 이용한 무허가 작업이었다.
이에 대해 P사 담당자는 "직접적으로 EU 수출을 하지 않아 등록돼 있지 않다"면서도 "E사와 거래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EU 수출 당사자는 아니지만 비인가 시설에서 E사의 수산물 가공 작업이 이뤄진 사실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우리 기업이 EU로 수산물을 수출하려면 어획 및 위생증명서를 발급받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위생증명서 발급을 위해서는 EU 수출 등록 가공·저장 시설에서 생산된 수산물인지 확인받아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생산·가공 공장을 즉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 취지다.
더욱이 이번 위반은 EU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홀라운드(냉동)·HNG(두절가공) 등 다양한 형태의 수산물 수출가공에서 부산 뿐 아니라 전라도 쪽 산지 무허가 업체를 활용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위반이 확정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하다. 정부포상 지침상 실적위조나 대외무역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수출공로탑 포상이 취소될 수 있고 해수부의 수출 잠정 중단 등 행정처분도 뒤따를 수 있다. 수출바우처나 정책자금을 수급한 경우 지원금 전액 회수와 가산금 부과도 가능하다.
E사는 지난해 재무제표상 국고보조금 430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공로탑 수상 기업은 통상 2~3년간 정부·지자체 사업 참여 가산점과 국책 금융기관의 대출·보증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수품원이 관련 서류를 검토하는 등 조사가 초기 단계에 있다"며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행정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품원 관계자도 "미국 수출 등에서도 이러한 위반 사례가 적발된 예가 있다"며 "이번 EU 사례에 대해서도 면밀히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송도에 위치한 동종 수산물 수출업계 관계자는 "비용을 들여 정상적인 가공업체에서 작업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꼴"이라며 "비인가 시설을 통해 단가를 낮춰 덤핑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수출 실적으로 수출 금융을 이용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로 이런 행태가 시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 EU 수출 규모와 최초 위반 시점 등에 따라 처벌 수위는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EU 수산물 수출 비중은 9.9%로 중국(18.4%)·미국(17.3%)에 이어 세 번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