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발목이 골절된 근로자가 약 한 달 뒤 폐색전증으로 숨졌다면 사고로 인한 거동 제한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강우찬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사망한 근로자 A 씨의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건설회사 소속 근로자 A 씨는 2024년 수도건축물 유지관리 고도화사업 공사 현장에서 비계를 설치하다 2m 높이 작업대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오른쪽 발목 골절과 왼쪽 얼굴 열상을 입어 입원 치료를 받았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요양했다.
그러나 A 씨는 사고 약 한 달 뒤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폐색전증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업무상 사고로 거동이 제한돼 폐색전증이 발생했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사고로 인한 부상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유족은 처분에 불복, 공단에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추락사고로 인한 부상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사고로 인한 골절과 외상으로 보행이 제한되고 혈관벽이 손상되면서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했고, 그 혈전이 폐색전증으로 진행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법원 감정의 소견을 받아들였다. 국과수 부검에서도 다리 깊은 정맥의 혈전과 양측 폐동맥의 폐색전증이 확인됐다.
또 폐색전증이 심부정맥에서 생성된 혈전이 떨어져 폐동맥을 막으면서 발생하며, 별다른 전조증상 없이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사고 후 약 1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폐색전증으로 사망했다는 사정만으로 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입원 중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이 발생했다는 근거는 없지만, 퇴원 후 거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혈전이 형성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A 씨의 폐색전증이 기존 부정맥으로 발생했을 수 있다는 공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진단받은 부정맥은 통상 혈전성 색전의 원인이 되지 않고, 혈전을 유발할 수 있는 심방세동 역시 심부정맥혈전증에 의한 폐색전증과는 발생 기전이 다르다는 법원 감정의 의견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고인의 사인이 된 폐색전증은 사고로 발생한 상병과 거동제한이라는 구체적인 위험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의학적 소견에 가장 부합한다”며 사고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