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이해관계자경영 시대] 7. 행동주의 투자자에겐 책임이 따른다

입력 2026-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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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에겐 경영 감시할 권리 있지만
직접 참여땐 구체적 대안 제시해야
주주권행사 공방에 기준 고민할 때

최근 태광산업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트러스톤은 이사회 밖에서 운영되는 경영지원협의체가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반면 태광산업은 협의체가 계열사 간 협력과 시너지를 지원할 뿐 개별 회사의 의사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갈등이 커지면서 태광산업은 최근 트러스톤 관계자들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여기서 판단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례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역할은 어디까지며, 감시가 경영참여로 넘어가는 순간 어떤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가’라는 보다 일반적인 질문을 던진다. 두 회사가 처음부터 대립했던 것은 아니다. 2024년 태광산업은 이사회의 기능강화에 의견을 같이했고,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으로 이사 세 명을 선임했다. 트러스톤은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며 배당 확대도 요구하지 않았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일반 소액주주가 수행하기 어려운 감시기능을 대신한다. 소액주주는 정보도 부족하고 각자 비용을 부담해 경영진을 감시할 유인도 작다. 반면 전문성을 가진 기관투자자는 회계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대주주의 사익편취를 감시하며, 주주환원정책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행동주의가 자본시장에 제공하는 중요한 순기능이다.

그러나 행동주의가 지배구조와 경영방식 자체의 변경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문제의 성격은 달라진다.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이 달라지면 회사의 미래현금흐름 자체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는 회사가 미래에 벌 현금흐름을 오늘의 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따라서 기업가치는 미래현금흐름의 ‘크기’에도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같은 크기의 미래현금흐름을 오늘 얼마로 쳐줄 것인가라는 시장의 ‘평가(밸류)’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 상승을 기치로 삼는 행동주의의 요구도 두 측면에서 구분해 볼 수 있다.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보비대칭을 줄이며 배당금을 앞당기라는 요구는 주로 위험요소를 줄이고 할인율을 낮춰 기업의 ‘밸류’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행동주의의 요구는 시장에서 대부분 환영받으며, 시장은 행동주의에게 그러한 요구가 가치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증거까지 제시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한편 투자계획을 중단시키고, 자산을 매각하며, 의사결정 구조나 경영방식을 바꾸라는 요구는 필연적으로 미래현금흐름의 ‘크기’를 바꾸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때 행동주의는 단순한 감시자를 넘어 사실상 기존 경영안에 맞서는 대안적 제안자가 된다. 이 경우 자신의 요구대로 했을 때 회사의 미래현금흐름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소명할 책임이 행동주의에 있음은 당연하다. 경영지원협의체 없이 독립된 이사회만으로 회사를 운영했을 때 밸류뿐 아니라 미래현금흐름도 더 많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다른 주주와 이해관계자에게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행동주의 투자자가 회사의 미래현금흐름을 바꾸는 제안을 할 때 구체적인 실행안과 수치까지 제시하는 경우는 미국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2021년 ‘엔진남버원(Engine No. 1)-엑슨모빌(ExxonMobil)’ 사례나 2015년 ‘스타보드(Starboard)-어드번스오토파트(Advance Auto Parts)’ 사례에서도 행동주의 펀드는 구체적인 대안 경영전략을 제시하고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첫 번째 사례에서는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고 펀드도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고 나갔지만, 두 번째 사례는 성공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행동주의 투자자가 자신의 대안을 충분히 소명했다고 해도 그 안을 실행했을 때 실제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역할과 책임을 판단할 때는 그들의 제안이 미래현금흐름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바꾸려는 것인지, 아니면 미래현금흐름의 ‘크기’ 자체를 바꾸려는 것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주주에게는 경영자를 감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감시할 권리가 곧 경영할 권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업가적 판단은 때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다. 행동주의가 그 판단을 감시하는 데서 나아가 대체하려 한다면, 그만큼 더 구체적인 경영대안과 무거운 설명 책임을 져야 한다.

태광산업과 트러스톤의 갈등은 우리 자본시장이 이제 행동주의의 권리뿐 아니라 그 책임의 기준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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