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공급 막힌 길 열어야"⋯기업형 임대 키우고 장기전세는 '내 집 사다리'로

입력 2026-10-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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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업 장기 임대 'K-BTR' 제안
"세제·금융 오락가락하면 공급 끊겨"
장기전세에 자산형성 지원 결합해야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월세 시장 현황 진단 및 안정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2026 서울주거포럼' 모습 (이난희 기자 @nancho0907)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월세 시장 현황 진단 및 안정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2026 서울주거포럼' 모습 (이난희 기자 @nancho0907)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임대주택 공급은 줄어드는 가운데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제도를 손질하고 공공임대의 역할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민간에서는 전문기업이 주택을 지어 장기간 임대하는 '한국형 BTR(Build to Rent·건설임대)'을 도입하고, 공공에서는 장기전세주택을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주거포럼'에서는 이상영 명지대 교수와 조강태 MGRV 대표, 김준형 명지대 교수가 각각 기업형 민간임대와 임대주택 공급체계, 장기전세주택을 주제로 전월세 시장 안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은 서울시와 한국도시부동산학회, 한국부동산분석학회, 서울연구원이 공동 개최했다.

민간임대 분야에서는 분양시장 상황에 따라 주택 공급이 출렁이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 대표는 국내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개인이 공급하는 구조에서는 분양시장이 침체될 때 신규 임대주택 공급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를 보완하려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전문 사업자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땅도 있고 지을 땅도 있고, 자본도 있고 능력도 있다. 문제는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라며 "영국이 한 것처럼 한국도 K-BTR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빌투렌트 상품을 정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BTR은 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빌드 투 셀(Build to Sell)'과 달리 처음부터 임대를 목적으로 주택을 건설해 장기간 보유·운영하는 사업 방식이다. 조 대표는 영국이 2018년 BTR을 제도화하면서 임대주택을 전문적으로 공급·관리하는 산업을 육성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BTR에도 장기 임대와 임차인 보호 등 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되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일단 공급하게 만들고 공급할 때 명확한 사회적 의무를 부여하면 된다"며 "분양하지 않고 장기간 임대하면서 약속을 지키고 임차인을 보호하도록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을 단순히 법인이 여러 채를 소유하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기업이 임대주택을 관리·운영하고 장기간 공급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주택의 소유와 임대 관리를 분리하고 전문 임대관리업체를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기업형 민간임대 사업자를 명확히 정의하고, 개발·투자·운영·관리로 이어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민간 자본을 장기간 임대주택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면 세제와 금융 규제의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갑자기 대출이 안 되거나 엄청난 중과세를 당한다면 누가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현실적으로 이런 부분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형 임대가 소유를 집중하자는 얘기는 아니다"며 "운영과 관리를 전문적으로 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부동산 투자시장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민간이 임대주택의 '공급량'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면 공공임대는 필요한 계층이 내 집 마련까지 올라설 수 있도록 기능을 보다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 교수는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이 낮은 주거비와 장기간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하면서 주거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현재 서울의 장기전세주택은 약 4만 가구이며 퇴거 가구까지 포함하면 약 4만6000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주거실태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기전세 거주 가구의 임대료 절감 효과는 약 34%, 중위수 기준으로는 약 37%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는 장기전세의 역할을 안정적인 임대주택에만 두지 말고 내 집 마련을 돕는 '주거 사다리'로 보다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주택 가구의 자가 보유 의향이 여전히 높은 만큼 낮은 주거비로 절약한 돈을 자산으로 축적해 자가로 이동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당초에는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주택'으로 장기전세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소유에 이르는 데 유용한 주택'으로 초점을 맞추는 게 어떨까 한다"며 "주거 안전망이면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임대 유형으로 장기전세를 명확하게 포지셔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기전세 입주와 자산형성 지원 프로그램을 결합하고, 내 집 마련 여건을 갖춘 입주자가 최장 거주 기간인 20년을 채우기 전에 퇴거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정된 장기전세 물량을 보다 많은 무주택 가구가 이용하도록 회전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공급 자체를 늘릴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가 주거실태조사를 토대로 무주택 여부와 자가 보유 의향, 공공임대 입주 의향 등을 고려해 추산한 결과 서울에서 주거 사다리를 필요로 하는 임차 가구는 약 91만5000가구였다. 현재 장기전세 물량 약 4만 가구와 비교하면 수요에 크게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서울 안에서 공급 부지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까지 장기전세 공급 지역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정부가 장기전세주택을 주택도시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현행 방식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서울에 주거 사다리가 많이 필요하지만 공급할 부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면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도 장기전세를 공급하는 국가 전략, 수도권 전략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장기전세에 대한 주택도시기금 재원 배제를 계속할 것인지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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