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체납액 완납하면 법인 지정액도 소멸…총 7902억원 정리
전국 지방청 비정기 조사국에 특별조사팀 신설 추진…11~12월 직원 선발

‘선박왕’ 권혁 회장이 약 15년간 정리되지 않았던 개인 체납액 3938억원 가운데 1000억원을 7월 현금으로 납부했다. 나머지 체납액도 모두 납부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해외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했다. 국세청의 고액체납 특별대응 TF가 해외 재산 추적과 국제공조를 통해 장기 체납 징수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향후 개인 체납액을 완납하면 법인들의 체납지정액도 함께 소멸해 약 8000억원의 체납이 정리될 전망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운영경과’와 향후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권 회장이 납부한 1000억원은 체납세금 현금 납부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종전 최고액인 약 5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권 회장의 체납은 2011년 종합소득세 고지 이후 장기간 해결되지 않았다. 개인 체납액만 3938억원에 달해 최고액 체납자로 꼽혔다. 권 회장의 개인 체납액에 대해 제2차 납세의무를 진 시도탱커홀딩·시도홀딩·멜보인터내셔널 등 법인 3곳의 체납지정액은 총 3964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 체납액과 법인들의 체납지정액을 합친 금액은 1000억원 납부 전 기준 7902억원이었다.
제2차 납세의무는 본래 납세자의 재산으로 세금을 충당하지 못할 때 법정 요건에 따라 제3자에게 부족한 금액을 대신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들 법인에 지정된 3964억원은 권 회장의 미납 세금에 대한 보충적 납부 책임으로, 법인들에 별도로 부과된 법인세가 아니다. 따라서 권 회장이 개인 체납액 3938억원을 완납하면 법인들의 체납지정액도 함께 소멸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원래 체납액을 내면 나머지 체납액은 다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금 1000억원을 납부한 뒤 남은 개인 체납액은 2938억원이다. 권 회장은 잔액에 대한 분할납부계획서도 제출했다. 다만 국세청은 구체적인 분납 일정과 완납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임 청장은 “권 회장의 납부 의지가 강하다”며 “계획보다 더 빨리 납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잔액 전액의 납부를 위해 담보로 제공된 선박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다. 납세자 명의의 국내 재산이 없어 해외 소재 선박을 담보로 제공한 첫 사례인 만큼 감사원 사전컨설팅도 병행한다. 국세청은 간이평가 결과 담보 가치는 체납액을 초과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임 청장은 “경제활동을 통해 체납액 전액을 현금으로 납부하려는 납세자의 의지를 존중하면서도 해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기간의 법적 다툼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올해 1월 해외자금추적팀을 시작으로 고액체납 특별대응 TF를 출범시켜 해외 은닉재산 추적을 강화했다. TF는 해외 지배구조 파악에 중요한 국가들에 청장 친전을 전달할 대표단을 파견하고 긴급 정보회의를 여는 등 정보공조를 확대했다.
주요국과는 최고위급 청장회의를 통해 징수공조와 정보교환을 위한 실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해는 징수공조 대상을 헝가리·벨기에·영국·라이베리아·뉴질랜드 등으로 넓혔다. 캄보디아와는 3월, 라이베리아와는 6월 정보교환 실무협약을 맺었다. 실무진의 후속 출장과 화상회의를 통해 징수에 필요한 정보도 수집했다.
해외에 있어 압류가 어려울 수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관련 판례를 바탕으로 연구용역과 법률자문을 실시해 압류 가능 재산과 집행 방법을 검토했다.
국세청은 TF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세무조사·체납추적 연계 특별조사팀’을 정규조직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등 모든 지방청 비정기 조사국에 특별조사팀을 처음으로 둘 예정이다.
특별조사팀은 주요 체납자의 체납처분 면탈 혐의를 조사하고, 자금 유출 등 탈세 혐의가 있는 체납자와 관련 법인에 대해서는 비정기 세무조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세무조사와 체납재산 추적을 연계해 악의적인 체납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비정기 범칙 세무조사, 사주 재산조사, 압류물건에 대한 법리 검토, 역외정보 수집·활용 등에 역량을 갖춘 직원을 11~12월 선발할 계획이다.
임 청장은 “체납자가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재산을 숨길 수 없도록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추적해 반드시 징수하겠다”며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한 세정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