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이 다가 아니다

입력 2026-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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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부품업체가 유기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성장하는 동안 국내 부품업체들도 안정적인 납품 물량을 바탕으로 함께 해왔다.

문제는 바로 그 ‘안정성’이 이제는 약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거래처가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완성차 업체를 직접 찾아가는 능력을 충분히 키우지 못한 기업도 대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의 생산량이 늘어나면 함께 성장하고, 반대로 완성차의 구매정책이 바뀌면 그대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부품업체, 기술기업 전환 대비 부족해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전동화 전환에 대한 준비가 늦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약 5년 전 충청권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14곳을 대상으로 전동화 전환에 대한 우려와 대응책을 놓고 컨설팅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미래차 전환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 기업은 단 한 곳뿐이었다. 그때는 지나친 걱정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생각보다 빨랐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엔진과 변속기 관련 부품의 중요성은 떨어지고 배터리, 모터, 인버터, 열관리, 전장부품, 차량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제는 자동차 부품업체도 단순한 제조기업이 아니라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시대에 맞는 기술기업으로 변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의 추격이 겹쳤다. 중국 업체들은 단순히 값싼 부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배터리와 소재, 전장부품, 모터 등을 자체 생태계 안에서 조달하며 가격과 기술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관세와 보호무역주의도 부품업체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 생산과 현지 조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부품업체도 고객을 따라 해외 생산거점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이나 대형 부품사는 가능하지만 2·3차 협력사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결국 가장 걱정되는 것은 국내 제조 생태계의 공동화다. 완성차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품 가격을 낮추고, 부품사는 다시 2·3차 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구조가 반복되면 가장 먼저 약한 고리가 끊어진다. 부품업체가 문을 닫으면 그 회사 하나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산기술과 숙련인력이 사라지고, 공급망의 안정성도 함께 흔들린다.

그렇다고 과거의 협력관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전동화·전장·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미래차 분야로 빠르게 기술을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특정 완성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 역시 단순한 생존자금 지원보다 연구개발, 인력 전환, 해외 인증과 수출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협력사 강해야 車산업 경쟁력도 커져

완성차 기업도 부품사를 단순히 원가를 낮춰야 하는 협력업체로만 봐서는 안 된다. 공동 기술개발과 공정혁신을 통해 함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원가 절감은 필요하나, 부품사의 이익을 없애면서 얻는 원가 절감은 지속될 수 없다. 협력사가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있어야 결국 완성차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자동차 산업은 어느 날 갑자기 망하지 않는다. 한 기업씩 경쟁력을 잃고, 기술 인력이 빠져나가고, 공장이 해외로 옮겨가면서 서서히 무너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품업체를 무조건 보호하는 것도, 반대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도 아니다. 살아남을 기업은 세계 수준의 기술기업으로 키우고, 전환이 필요한 기업은 과감하게 사업을 바꾸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동차 부품산업이 ‘현대차에 잘 납품하는 것’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의 부품산업은 ‘세계 어느 완성차에도 팔 수 있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지금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미룬다면, 부품산업의 위기는 결국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전체의 위기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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