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노동자 조사·소송 부담 완화 취지…피해 노조 보호 수단은 따져봐야

노조의 교섭 부담을 덜어주려는 법 개정이 다른 노조의 일감을 지키던 공정거래법상 제재 수단까지 없앨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노조의 행위를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보수 인상 등을 요구할 때 조사·제재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지만, 다른 노조의 작업을 막는 행위까지 적용을 제외하면 피해 노동자의 일감을 어떻게 보호할지가 난제가 될 전망이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는 노조라도 사업자나 사업자단체의 성격을 갖고 다른 노조의 작업이나 거래를 부당하게 막으면 공정거래법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노조라는 지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업을 하며 무슨 목적으로 행동했는지를 따져온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항운노조 사건이다. 2019년 1월 울산항운노조는 부두에 텐트를 치고 차량과 조합원들을 동원해 통행로를 막았다. 온산항운노조의 하역작업이 중단됐고, 이 노조가 하역회사에 인력을 공급하기로 한 계약도 해지됐다.
공정위는 2021년 울산항운노조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했으며, 대법원은 2023년 7월 처분이 적법하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노조가 허가받은 근로자공급사업을 하는 범위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작업 방해도 근로조건 개선보다 경쟁 상대를 배제하려는 목적이 컸다고 판단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는 2020년 부산 공동주택 공사현장 두 곳에서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빼지 않으면 레미콘 운송과 건설기계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한 현장에서는 열흘간 레미콘 운송이 끊겼다. 결국 기존 사업자와의 계약이 해지되거나 해당 사업자가 철수했다.
공정위는 2022년 12월 과징금 1억원 등의 제재 결정을 발표했다. 서울고법은 2024년 12월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말라는 명령 등은 적법하다고 봤지만, 과징금 납부명령은 취소했다. 노조의 특성을 고려한 과징금 부과 기준과 개별 행위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취지다.
법 적용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에는 ‘노동자이면서 사업자’인 사람들이 있다. 건설기계 기사나 화물차주처럼 자기 장비로 일하면 받는 돈에 장비 사용료와 일한 대가가 함께 들어갈 수 있다. 함께 보수를 올려달라는 요구가 노동자로서의 교섭인지, 사업자끼리 거래조건을 정하는 행위인지를 놓고 다툼이 생기는 이유다.
현재도 노조법 등에 따른 정당한 활동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지만, 정당성을 가리는 과정에서 공정위 조사나 소송을 거칠 수 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노조의 행위를 처음부터 적용 대상에서 빼면 대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개편의 실익이다.
반면 공정위가 밝힌 방향대로 법이 바뀌면 울산항운노조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해도 적용 제외 요건을 갖춘 노조에는 공정거래법상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공정위는 노조법·형법 등 다른 법으로 불법행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장을 봉쇄하는 등 위력으로 일을 막았다면 업무방해죄가, 폭행·협박으로 거래를 끊을 의무가 없는 상대방에게 거래중단을 강제했다면 강요죄가 적용될 수 있다. 피해 노조가 법원에 방해를 멈춰달라고 가처분을 신청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런 방법마다 충족해야 할 조건과 절차가 다르다. 정부의 최종 조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정위의 행위 중단·재발 방지 명령을 다른 법에 따른 조치가 얼마나 대신할 수 있는지, 피해 노조가 어떻게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노동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다른 노조의 일을 부당하게 막는 행위까지 공정거래법 제재에서 빼주는 것은 과도하다”며 “다른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설명만으로 피해 노조의 일감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용 제외를 추진하려면 작업 방해를 멈추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