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은 이미 지난해 수준 근접

정부가 취약계층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 차례 채무조정을 받은 뒤 다시 조정을 신청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빚을 줄여줘도 소득과 생계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부채의 굴레로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채무조정 재신청자는 2만786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재신청자 3만3718명의 82.6%에 해당한다.
신용회복위의 채무조정은 기존 약정을 네 차례 이상 지키지 못해 조정이 실효된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신청할 수 있다. 기존 채무를 모두 상환한 뒤 새로운 빚이 생긴 경우에도 재신청이 가능하다.
특히 고령층의 재신청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8월까지 60대 이상 재신청자는 4745명으로 지난해 전체 5099명의 93.1%에 달했다. 현재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경제활동의 허리인 40·50대에서도 반복 신청이 많았다. 올해 들어 40·50대 재신청자는 1만5750명으로 지난해 연간 1만9079명의 82.6%를 기록했다.
청년층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대 이하와 30대 재신청자는 2022년 7253명에서 2023년 8751명, 2024년 8762명, 지난해 954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도 8월까지 7369명이 다시 채무조정을 신청해 지난해 전체의 77.2%에 이르렀다.
채무조정 제도 자체의 이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는 2022년 13만8202명에서 2023년 18만4867명, 2024년 19만5032명, 지난해 20만9060명으로 증가했다. 실제 채무조정이 확정된 인원도 2022년 12만1095명에서 지난해 18만9062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채무를 줄이는 조치만으로 취약차주의 재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자리와 소득이 회복되지 않으면 기존 채무를 조정받더라도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재신청 증가 자체를 제도 실패로 해석하는 데는 선을 긋고 있다. 채무조정 제도가 정착하면서 전체 신청자가 늘어난 데다 조정이 실효된 차주에 대한 재신청 안내가 강화된 영향도 있다는 설명이다. 전체 신청자 증가세와 비교해 재신청이 유독 빠르게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복적인 채무조정이 성실 상환자의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종욱 의원은 “기존 채무조정의 이행 여부와 신규 채무를 보다 면밀하게 심사해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소분과별 논의를 계속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관련 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채무를 깎아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취약차주의 소득과 상환 능력을 실제로 회복시키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포용금융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