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커넥트2026] ⑨“기관 온체인 금융, 완전 공개로는 어렵다” 프라이버시가 새 인프라로

입력 2026-10-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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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이더시스템즈·엑셀라, ETH CONNECT 2026서 기관 프라이버시 방향성 논의
“기관 전략·거래 의도 노출 막아야”…규제기관에는 필요한 정보 선택적 공개
퍼블릭체인 유동성·조합성 주목…프라이빗체인과 연결하는 구조도 대안
자마 “2027년 온체인 볼트 확산”…전략 보호 위한 프라이버시 수요 확대 전망

▲1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ETH CONNECT 2026’에서 참석자들이 ‘기관 프라이버시의 방향성’을 주제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캘빈(C4lvin) 포필러스(Four Pillars) 리서처, 카일 오브라이언(Kyle O’Brien) 자마 부사장, 모 잘릴(Mo Jalil) 이더시스템즈(EthSystems) 공동창업자, 아담 우지어(Adam Oozeer) 액셀라(Axelar) 성장 부문 총괄.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1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ETH CONNECT 2026’에서 참석자들이 ‘기관 프라이버시의 방향성’을 주제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캘빈(C4lvin) 포필러스(Four Pillars) 리서처, 카일 오브라이언(Kyle O’Brien) 자마 부사장, 모 잘릴(Mo Jalil) 이더시스템즈(EthSystems) 공동창업자, 아담 우지어(Adam Oozeer) 액셀라(Axelar) 성장 부문 총괄.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금융기관이 온체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모든 거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현재 퍼블릭 블록체인 구조를 넘어, 거래 전략과 자산 규모 등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규제기관이 필요한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1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ETH CONNECT 2026’의 마지막 패널에서는 ‘기관 프라이버시의 방향성’을 주제로 기관 금융에 적합한 블록체인 프라이버시 구조와 규제 준수 방안이 논의됐다. 패널에는 카일 오브라이언(Kyle O'Brien) 자마(Zama) 자본시장·투자자관계 담당 부사장, 모 잘릴(Mo Jalil) 이더시스템즈(EthSystems)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아담 우지어(Adam Oozeer) 엑셀라(Axelar) 성장총괄(Head of Growth)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관 금융에서 요구되는 프라이버시는 단순히 거래 내역을 감추는 개념이 아니라 이용자와 거래 의도 사이의 연결을 보호하면서 필요한 경우 규제기관과 감사인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의 포지션·전략 공개되면 사업 자체 어려워”

패널에서는 기관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할 때 거래 포지션과 투자 전략, 거래 의도까지 시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지적됐다. 우지어 총괄은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기관의 거래 전략이나 의도를 보호하기 위한 비공개 거래 구조가 존재한다며 온체인에서도 핵심은 ‘신원(identity)과 거래 의도(intent) 사이의 연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릴 CEO는 프라이버시가 기업의 선택 문제를 넘어 일부 시장에서는 규제 준수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와 기관마다 요구되는 기밀성 수준이 다른 만큼 하나의 고정된 프라이버시 모델보다는 필요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오브라이언 부사장 역시 “프라이버시는 하나의 스펙트럼”이라며 개인 이용자와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수준이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활용되는 영지식증명(ZK)이나 믹서, 신뢰실행환경(TEE), 프라이빗체인 등이 각각 장점은 있지만 기관 금융에 필요한 감사 가능성과 조합성, 탈중앙화 수준 등에서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자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완전동형암호(Fully Homomorphic Encryption·FHE)를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 적용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 잔액이나 거래 금액 등은 암호화하는 동시에 애플리케이션이나 자산 단위로 복호화 권한을 설정해 규제기관이나 은행 등 필요한 주체에게만 접근 권한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라이버시와 규제, 둘 중 하나 선택할 필요 없어”

프라이버시 강화가 자금세탁방지(AML)나 고객확인(KYC) 등 금융 규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세 연사 모두 프라이버시와 컴플라이언스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볼 필요가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자마의 경우 자산 잔액과 거래 금액은 암호화하더라도 거래 추적 가능성 자체를 제거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감사인이나 규제기관, 수사기관이 필요한 경우 자금이 어디에서 이동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반 시장 참여자에게는 민감한 금융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구조다.

잘릴 CEO는 현금 역시 본래 일정한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디지털 금융에서도 이용자 정보 보호와 규제기관의 감독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프라이버시가 곧 규제 회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만 적절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우지어 총괄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사례로 들었다. SWIFT를 통해 전송되는 금융 메시지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지만 필요한 기관에는 감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온체인에서도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보다 누가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확인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체인마다 규제 환경과 자산 발행 기준이 다른 만큼 체인 간 거래 과정에서도 컴플라이언스 정보를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퍼블릭체인 쓰면 더 많은 시장과 연결”…프라이빗체인과 공존 가능

한국 금융기관들이 하이퍼레저 등 프라이빗 원장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을 놓고 퍼블릭체인과 프라이빗체인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잘릴 CEO는 금융기관들이 프라이빗 시스템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기존 금융 인프라가 폐쇄형 구조를 기반으로 구축돼 왔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퍼블릭 네트워크에서는 더 많은 시장 참여자와 연결될 수 있고 유동성과 금융상품, 네트워크 효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스마트컨트랙트와 암호학적 증명을 통해 특정 중개자를 신뢰하지 않고도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제시했다.

우지어 총괄은 퍼블릭체인과 프라이빗체인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그는 규제된 금융기관이 자체 통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면서도 “유동성과 조합성, 유통은 결국 퍼블릭체인에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폐쇄형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퍼블릭 네트워크와 연결할 수 있는 상호운용성 프레임워크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브라이언 부사장 역시 금융기관이 초기에는 익숙한 프라이빗체인을 통해 온체인 경험을 쌓은 뒤 점차 퍼블릭체인의 유동성과 금융서비스를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프라이빗체인을 벗어나는 순간 기존에 확보했던 기밀성을 잃을 수 있다며 프라이빗 환경에서 발행된 자산을 암호화한 상태로 이더리움 등 퍼블릭체인으로 옮겨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마 “2027년 온체인 볼트 확대…전략 보호 필요성 커질 것”

패널 후반부에는 2027년 기관용 프라이버시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논의됐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향후 온체인 볼트(Vault) 시장의 확대에 주목하며 현재의 볼트가 주로 대출과 차입 전략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향후 RWA와 레버리지 전략,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운용하는 투자 전략 등 보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담는 구조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를 전통 금융사의 구조화 금융상품과 비교했다. 기존에는 금융기관의 전문가들이 수개월에 걸쳐 상품과 투자 전략을 설계해야 했다면 디파이에서는 코드를 통해 복잡한 전략을 보다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의 전략이 공개될 경우 경쟁우위인 ‘알파(alpha)’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투자자가 어떤 볼트에 자금을 배분하는지도 민감한 정보지만, 볼트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를 보호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략이 그대로 공개되면 다른 시장 참여자가 이를 복제할 수 있어 운용사가 수수료를 받을 근거 자체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향후 볼트와 온체인 투자전략이 빠르게 늘어나면 온체인으로 유입되는 자금과 함께 투자자와 운용자 양쪽 모두에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잘릴 CEO는 암호학적 프라이버시 기술이 과거 연구 단계의 문제에서 최근에는 실제 확장성과 사용성을 확보하는 엔지니어링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2~3년 동안 기술이 성숙하면 거래 프라이버시가 보다 일반적인 블록체인 기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우지어 총괄은 기관이 여러 네트워크에 걸쳐 결제와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와 규제 준수 요건을 함께 충족할 수 있는 체인 간 인프라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패널에서는 기관의 온체인 진입이 확대될수록 거래 정보를 무조건 공개하거나 감추는 방식이 아니라, 참여자별로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 논의가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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