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파주를 평화경제특구 첫 주자로 정부 심사대에 올렸다.
파주읍·문산읍·월롱면 일원 6.9㎢(약 208만평)에 산업·관광·주거·물류 기능을 묶은 5개 지구를 조성하고 인공지능(AI)·첨단제조·의약·스마트물류 등 6개 전략산업을 유치하는 계획이다.
입주의향을 밝힌 기업은 210곳, 추정사업비는 약 2조원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직후부터 경기 북동부 전략의 축으로 내세운 평화경제특구가 처음으로 국가 지정 문턱에 섰다.
1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9월30일 파주 평화경제특구 개발계획을 통일부와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정부가 9월 한 달간 받은 1차 지정 신청에 맞춘 것이다. 평화경제특구는 접경지역에 산업·관광·물류 기반을 조성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장기적으로 남북경제협력 토대를 마련하는 국가특별구역이다.
개발계획은 인천시장·경기도지사·강원특별자치도지사 등 접경지역 광역단체장이 작성해 정부에 신청하고, 정부 평가와 평화경제특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지정된다.

정부에 들어간 최종안은 두달여 전 파주시가 공개한 구상보다 몸집이 줄었다.
파주시는 7월 민간사업시행예정자 사전공모에서 월롱면·파주읍·문산읍 일원 약 7.6㎢에 6개 단위 개발사업지구를 두고, 추정사업비를 약 2조2000억원으로 잡았다.
문화·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입주기업·의약품 중심 산업지구, 남북물류지구, AI산업지구, 첨단식품기술산업지구, 공동주택·기후대응 기술을 담은 복합지구가 당시 구상이었다. 파주시는 당시에도 개발계획 수립과 지정 과정에서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9월30일 제출안은 6.9㎢, 5개 지구, 약 2조원이다. 2개 산업지구에 복합지구·문화관광지구·남북물류지구를 더했다. 면적은 약 0.7㎢, 사업비는 약 2000억원 줄었고 지구는 하나 줄었다.
계획이 정부 문턱에 닿기까지는 석 달 가까운 절차가 이어졌다. 파주시가 7월 15일 사전공모를 냈고, 경기도는 7월 31일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결정 내용을 공개했다. 8월 25일에는 개발계획안과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
경기도가 심사에서 앞세우는 숫자는 210개 기업이다. 도는 현재까지 210개 기업으로부터 파주특구 입주 의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제 입주와 투자 규모는 특구 지정 뒤 개발 사업자 선정과 용지 공급, 기업별 투자 결정을 거쳐 정해진다. 약 2조 원 역시 확보된 예산이 아니라 개발계획상 추정사업비다.
민간사업자도 같은 순서를 밟는다. 파주시는 7월 사전공모 당시 이 절차가 개발사업 시행자로서의 법적 권리나 의무를 부여하지 않으며, 실제 사업시행자는 특구 지정 뒤 별도 절차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파주 계획에서 가장 공을 들인 대목은 '평화용지'다. 정부의 제1차 평화경제특구 기본계획은 남북교류 협력과 평화 관련 기능을 담을 평화용지를 개발계획 전체 면적의 5%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경기도는 파주 6.9㎢ 가운데 약 1.4㎢, 20%를 평화용지로 배치했다. 최소기준의 네 배다.
입지 논리도 분명하다. 통일부 기본계획은 파주가 속한 서부내륙권을 '스마트·융복합 산업협력권역'으로 설정했다. 경기도는 개성공단과의 지리적 연계성, 기존 산업 기반, 광역교통망을 파주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정되면 지원의 폭도 넓어진다. 특구 안에서 창업하거나 새로 설립하는 입주기업에는 법인세를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감면하는 세제혜택이 적용된다. 개발사업자는 실시계획 승인 과정에서 40여 개 인허가를 의제받을 수 있고 각종 부담금 감면·면제도 가능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반시설 비용 지원도 가능하다.
관문은 좁다. 지정 대상은 인천 2곳, 경기 8곳, 강원 7곳 등 접경지역 17개 시·군이다. 정부는 2026년 9월과 2027년 8월 두 차례 신청을 받아 4곳 안팎을 지정하고, 2026~2030년 특구 전체 면적은 25㎢ 이내로 관리한다. 첫 지정은 2026년 말 추진된다. 개발계획은 외부 민간전문가 13명과 통일부·국토부 담당 과장 2명 등 15명으로 꾸린 평가단이 심사한다.

추 지사는 취임 한 달 만인 7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접경지역평화안전 연석회의에서 평화경제특구를 남북협력사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특구의 성패가 앵커기업 유치에 달려 있다며 국비 지원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금융지원 등 실질적인 뒷받침도 요청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당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남북협력기금을 평화경제특구 기반시설 지원에 쓸 수 있도록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내 후보지는 단계적으로 올린다. 경기도는 2월 고양·파주·김포·양주·포천·동두천·가평·연천 등 대상 8개 시·군을 상대로 자체 공모를 진행해 3월 파주·연천·포천을 전략 후보지로 선정했다. 1차 신청에는 파주만 올렸다. 연천과 포천은 개발계획과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사전 절차를 거쳐 2027년 8월 2차 신청에 나서고, 도는 10월 추가 공모로 연말까지 후보지 한 곳을 더 고른다. 경기도는 특구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2016년부터 국회·중앙부처 건의와 토론회·간담회 등 80건의 정책 대응과 8건의 연구를 진행했다. 평화경제특구법은 2023년 6월 제정돼 같은 해 12월 시행됐다.
파주의 시계도 함께 돌고 있다. 같은 날 손배찬 파주시장은 정부 관계자를 만나 캠프 하우즈·게리오웬 등 미군 반환 공여구역 개발을 위한 국비 지원 확대와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추 지사는 "파주의 입지·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1차 시범특구 지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파주평화경제특구를 시작으로 경기 북동부가 평화경제거점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