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韓, 1호 텍사스 가스발전서 60조 이상 회수⋯'안전장치' 겹겹 [대미투자 결판]

입력 2026-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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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사업 가스발전에 30조 투입해 원금 2배 회수…가스비 리스크 없앤 '톨링' 계약
대형 원전 8기 프레임워크 구축·알래스카 LNG 추진…족쇄 푼 APR1400 허용
부실 상쇄하는 '리스크 풀링'·세금 가산 가동…원금 전액 회수 때까지 5대 5 배분 보장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대미 전략 투자 1호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프로젝트를 통해 연평균 15%의 내부수익률(IRR)을 바탕으로 향후 20년간 원금의 2배를 넘는 약 60조원(446억달러) 이상을 회수할 전망이다.

이어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추진하며, 개별 사업 부실을 상쇄하는 '리스크 풀링(Risk-pooling)' 등 강력한 안전장치를 통해 국부 유출 우려를 원천 차단했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 프로젝트에는 총 223억달러(약 30조원)가 투입되며 한국이 100% 단독 출자한다. 정부가 산정한 IRR은 약 15%다. IRR이란 사업 기간 동안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와 초기 투자 비용이 같아지도록 만드는 할인율이다. 쉽게 말해 '투자한 자금 대비 거둬들이는 연평균 복리 수익률'을 뜻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백브리핑에서 “일각에서 17~18%의 수익률이 거론됐으나 이는 223억달러를 일시불로 투자했을 때를 가정한 수치”라며 “실제로는 수년에 걸쳐 분할 납입되기 때문에 15% 선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223억 달러는 공사 진척도에 따라 약 7년에 걸쳐 분할 납입하며, 조만간 22억~24억달러 규모의 1차 자금이 송금될 예정이다. 정부는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맞춰 자금을 단계적으로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발전소의 전체 수명인 40년 이상 가운데 약 20년 안에 투자 원리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명목가치 기준으로 20년에 걸쳐 최소 446억달러(60조원) 이상의 총원리금을 거둬들이는 구조다. 매년 10% 안팎의 현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러한 자금 회수가 가능한 핵심 무기는 전력 구매자인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등과 맺게 될 '톨링(Tolling) 방식'의 장기 전력공급계약(PPA)이다. 데이터센터 등 대형 전력 수요자는 발전량(MWh)과 무관하게 발전소의 약정 전체 설비용량(6472MW)을 기준으로 매월 고정된 요금을 한국 측에 지불한다.

발전소를 가동하는 데 드는 천연가스 구매 비용과 용수비와 폐기물 처리비 등 '변동 운영비'도 전력을 사 가는 수요처가 직접 전액 부담하게 된다.

김 장관은 “변동성이 심한 가스 가격 리스크를 발전사가 아닌 전력 구매자와 가스 공급사가 부담하도록 상쇄했다”며 “우리는 데이터센터가 제공하는 고정 가격을 안정적으로 받게 돼 캐시플로우(현금흐름)의 변동성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빅테크와의 PPA가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미국 측은 빅테크 등 전력 수요처와의 PPA 체결을 적극 주선하기로 했으며 한국 정부는 복수의 수요처 가운데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PPA의 가격과 구체적인 계약 방식 역시 향후 확정·관리해야 할 사항으로 남아 있다.

대미 전략투자의 두 번째 축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이다. 한국형 APR1400 2기와 미국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 건설을 위해 12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다.

사업은 원전 2기당 건설비 250억달러에 공사비 초과 등에 대비한 예비비 50억달러를 더해 300억달러씩 4개 세트로 구성된다. AP1000 2기를 먼저 건설한 뒤 APR1400과 AP1000을 각각 2기씩 순차적으로 배치하고 마지막으로 AP1000 2기를 건설하는 방식이다. 각 단계별 EPC(설계·조달·시공) 계약 시차도 6개월 이내로 관리한다.

특히 그동안 한미 간 타협협정(SA)으로 미국 내 건설이 제한됐던 APR1400의 예외적 건설이 허용된 것이 이번 프레임워크의 주요 내용이다.

공사비 초과 위험에 대비해 마련한 200억달러의 예비비도 주목된다. 김 장관은 “1200억달러 중 200억달러의 예비비는 공사비 초과 이슈에 대비해 책정한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공사를 잘해서 예비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 투자금은 그대로 굳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예비비는 실제 집행되지 않더라도 전체 대미 투자 이행액 한도인 2000억달러(연간 200억달러)에 포함되는 것으로 인정된다.

정부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최대 100억달러를 우선 송금해 원자로용기와 증기발생기 등 제작에 수년이 걸리는 장주기 품목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해당 자금은 국내 기자재 기업의 선제작 등에도 활용돼 국내 산업으로 환류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나아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향후 기업공개(IPO) 단가 대비 10% 할인된 가격으로 의결권이 포함된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 부담을 고려해 최소 수준으로 참여하고, 민간기업도 지분 투자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세번째 축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는 향후 500억~6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해당 투자금 역시 전체 대미투자 한도액인 2000억달러에 포함된다. 이 사업에 과거 경제성 문제가 제기됐던 만큼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핵심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실제 사업 추진 여부는 향후 사업구조와 비용 등을 따져 경제성이 확보되는지를 검토한 뒤 결정한다. 동시에 카타르산 LNG 의존도를 낮추고 주요 해상운송로의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하는 에너지 안보 측면의 가치도 함께 고려한다.

미국 측은 한국의 사업 참여를 위해 철강 등 관련 기자재 관세 인하와 경제성이 확보되는 장기 LNG 구매계약, 생산 물량 우선 접근권 등 유리한 참여 조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는 미국의 통상 압박을 안정적인 자원 안보와 수출 확대의 기회로 적극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막대한 대미 투자금을 관리하는 핵심 장치는 단일 우산형 투자목적회사(I-SPV)다. I-SPV 아래에 개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로젝트별 투자목적회사(P-SPV)를 두고 사업별 위험을 관리한다.

특히 개별 사업의 수익성을 따로 떼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프로젝트의 수익을 묶어 투자금을 회수하는 '리스크 풀링' 구조를 적용한다. 한국이 전체 프로젝트의 총원리금을 전액 회수할 때까지 한·미 간 수익 배분을 5대 5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특정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합산해 전체 투자 원리금을 우선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금 부담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한국 측이 미국에 납부하는 소득 관련 세금만큼 배분금을 증액하는 가산(Gross-up) 방식을 적용해 세후 기준에서도 한·미 간 5대 5 수익 배분이 유지되도록 했다. 투자 원리금 산정에 적용되는 간주이자율 역시 미국 국채 20년물 금리에 프로젝트별 합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한다.

다만 이번 합의가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남아 있다.

원전 프레임워크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큰 틀의 협력 방안인 만큼 향후 부지 선정과 세부 사업구조 설계 과정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꼼꼼히 입증하고 국회 보고 등의 절차를 원활히 통과해야 한다.

김 장관은 "이번 대미 프로젝트는 단순히 지난해 한미 관세합의를 이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기업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회"라며 "투자를 통해 우리 기업과 산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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