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끌어올린 증시…모두의 ‘불장’은 아니었다 [AI 新계급 사회]

입력 2026-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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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1% 상승에도 상장 종목 64% 하락
반도체 133% 급등할 때 소형주는 4% 뒷걸음질
AI 성장 기반 확대에도 산업 전반 수혜 확산은 과제

▲(사진=AI 생성) (chatgpt)
▲(사진=AI 생성) (chatgpt)

올해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지만 상장 종목 세 개 중 두 개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AI 반도체를 앞세운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상당수 종목은 상승장에서 소외됐다. 한국 증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반면 그 과실은 소수 기업에 집중된 것이다. 지수의 기록적인 상승과 개별 종목의 수익률이 엇갈리면서 증시의 성장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과제도 부상했다.

7일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4309.63에서 전날 6941.39로 61.07% 상승했다. 6월 22일에는 9114.55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고점 대비 23.84% 하락하기도 했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60% 넘는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종목의 성적표는 달랐다. 본지가 집계한 코스피 939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596개로 전체의 63.5%에 달했다. 상승 종목은 333개(35.5%)에 그쳤다. 나머지 10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종목별 평균 수익률은 0.92%에 그쳤다. 전체 종목의 절반 이상은 주가가 8%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60% 넘게 뛰었지만 다수 종목은 오히려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는 더욱 뚜렷했다. 올해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68.71% 상승했다. 반면 중형주 지수는 13.15% 오르는 데 그쳤고 소형주 지수는 4.31% 하락했다. 대형주와 소형주의 수익률 격차는 73.02%포인트에 달했다.

같은 코스피 시장에 투자하더라도 어떤 종목을 보유했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엇갈린 것이다. 시총이 큰 일부 종목의 급등이 지수 전체의 상승률을 높이는 동안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지수의 상승률만으로는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시장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업종별로도 명암이 갈렸다. KRX 반도체 지수는 같은 기간 132.83% 급등했다. 반면 KRX 자동차 지수는 3.41% 상승하는 데 그쳤고 철강 지수는 1.35% 올랐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익률 격차만 129.42%포인트에 이른다.

이 같은 양극화의 중심에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있다. 과거에는 경기 회복과 수출 증가가 여러 업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면 올해는 AI 관련 수요가 반도체에 집중됐다.

AI 서비스와 추론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용 정보기술(IT) 기기에 의존했던 국내 메모리 산업의 성장 기반이 AI 데이터센터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부상하면서 기업가치 재평가도 빠르게 진행됐다. 반도체의 성장 기대가 다른 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자동차와 철강 등 기존 산업은 AI 반도체와 달리 연초 대비 주가 상승폭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시총 순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연초 코스피 시총 8위였던 SK스퀘어는 이날 4위로 올라섰다. 삼성전기는 10위권 밖에서 5위로 진입했다. 반면 연초 3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6위로 밀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4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향력 확대가 두드러졌다. 두 회사가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35.22%에서 이날 50.41%로 높아졌다. 9개월 만에 15.19%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21.37%에서 27.78%로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13.85%에서 22.63%로 높아졌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두 반도체 기업이 차지하면서 국내 증시의 무게중심도 빠르게 이동했다.

투자자들의 자금도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올해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43조4356억원, SK하이닉스를 40조4374억원 순매수했다. 두 종목의 합산 순매수액은 83조8730억원에 달한다. 기관투자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1조5787억원, 8조2774억원 순매수했다. SK스퀘어 역시 4조4348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기관 순매수 상위 3위에 올랐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성장 기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시총 집중도도 높아졌다. 다만 특정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해당 기업의 주가 움직임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도 확대됐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6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3% 넘게 조정받았다. AI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만큼 관련 산업의 성장 전망이 달라지면 시장 전체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향후 관건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나타난 성장세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느냐다.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세가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수주 증가로 이어지고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력·네트워크 등 관련 산업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된다면 상승장의 저변도 넓어질 수 있다.

자동차와 철강 등 기존 산업 역시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 실적 개선으로 연결돼야 지속적인 주가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증시의 다음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반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과 네트워크, 저장장치를 비롯해 로봇과 자동화 등으로 성장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필요한 전력·네트워크·저장장치 등 인프라에서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로봇·자동화와 기업용 AI 서비스처럼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분야가 후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성장 기업은 기술 보유 여부에 더해 글로벌 고객 확보와 반복적인 매출,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들 기업의 이익 기여도가 높아질수록 한국 증시의 성장 기반도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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