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외 증시를 주도한 AI·반도체 테마의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고액자산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트폴리오 절반 이상까지 담으며 AI 장기 성장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본지가 국내 대형 증권사 3곳에 의뢰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3일까지 고액자산가 데이터를 합산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포트폴리오 내 AI·반도체 간판주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보유 비율은 올 들어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3사 평균 보유 비율은 1월 33.15%에서 출발해 3월 39.77%, 5월 48.01%로 꾸준히 늘어 6월에는 51.82%로 과반을 차지했다. 7월 51.51%와 8월 50.78%를 기록했다.
시장 변동성에 맞춘 슈퍼리치들의 기민한 대응은 순매수 금액 추이(데이터 제공 증권사 2곳 평균)에서도 확인된다. 1월에는 평균 414억7400만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듯했으나, 2월 1705억1000만원 순매수로 전환해 다시 매집에 들어갔다. 이후 6월 3703억원과 7월 3420억1700만원을 순매수하며 정점을 찍은 뒤, 8월에는 2149억6400만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를 엿볼 수 있는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30조2800억원 수준이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5월 38조2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6월 37조3300억원을 기록했으며, 7월 증시 급락과 함께 28조93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8월 33조2500억원, 9월 32조9500억원을 기록했다.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은 자산 규모에 따른 투자 성과를 가른 핵심 요인으로 '정보력'이 아닌 '정보의 해석과 대응 방식'을 꼽았다. 유튜브 등 투자 관련 콘텐츠 범람으로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PB는 "일반 투자자는 AI 관련 뉴스나 단기 주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 특정 주도주나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직접 투자하는 경향이 짙다"며 "반면 고액자산가는 AI 중장기 성장성에 투자하면서도 특정 종목이나 섹터에 몰빵하지 않고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주식, 채권, 대체투자, 현금성 자산) 관점에서 비중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7월 같은 급락장에서도 고액자산가들이 버티거나 오히려 위험자산 비중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특히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고관여)가 높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PB는 "금융사 기준 10억원 이상 고객의 데이터는 일반 개인 투자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30억~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찐부자'들은 자산 관리를 PB나 운용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간접 투자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들은 여유 자금을 바탕으로 호흡이 긴 중장기 투자를 진행해 일시적인 시장 하락을 인내하며 우수한 수익률을 낸다"며 "자산이 적은 투자자들이 급전이나 레버리지를 활용해 하락장에 쫓기듯 매도하고 상승장에 포모(FOMO)로 추격 매수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한 고액자산가는 직접 정보를 취합해 매매하기보다, 그 과정을 투자 전문가에게 위임해 리스크를 통제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