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7개 은행 참여 키발리스, 공동 발행 모델 소개
서클, 자동화된 결제와 USDC 기반 국경 간 결제 제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려면 발행사 규제와 준비자산 관리뿐 아니라 상환권 보장, 관계 기관 간 정책 협의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해외 연사들은 유로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사례를 통해 국경 간 결제와 자동화된 거래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해외 사례를 통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거버넌스와 시장생태계 구축 방안’ 세미나에서 유원규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발행사와 시장, 이용자를 아우르는 규율 체계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가치와 연동되는 만큼 준비자산을 바탕으로 보유자의 상환청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외환·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금융위원회와 관계 부처, 한국은행이 긴밀히 협의하는 입법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 보호 장치도 입법 과제로 제시했다. 유 사무관은 “고객 자산을 발행사 자산과 분리하고, 발행사에 문제가 생겨도 보유자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시장규제법(MiCA·미카)과 미국의 지니어스법을 참고해 입법안을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사들은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결제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얀 올리버 셀(Jan-Oliver Sell) 키발리스(Qivalis)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은행들이 유로 스테이블코인 개발에 나선 이유로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국경 간 결제와 달러 중심의 시장 구조를 꼽았다. 그는 “유로화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통화지만 유로 스테이블코인의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며 “유럽 기업이 해외 결제망과 외화 스테이블코인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유로화도 블록체인에서 쓰여야 한다”고 전했다.
셀 CEO는 “미카가 명확한 규칙을 제시해 발행사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여러 은행이 독립적인 발행사 하나를 공유하면 통용 가능한 유로 스테이블코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은행 37곳이 참여한 키발리스는 발행 시 준비금을 회사 자금과 분리해 1대 1로 보관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에는 전자화폐기관 인가를 신청했다.
데이비드 앨런 카츠(David Allan Katz) 서클 아시아태평양 전략·정책 담당 부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송금을 넘어 거래 조건에 따라 대금을 자동 지급하는 ‘프로그래머블 머니’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적이 완료되면 대금을 지급하거나 청구서별 입금 내역을 자동으로 대조할 수 있다”며 “이런 기능은 기업의 결제와 자금 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서클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국경 간 결제에 활용하기 위해 서클 결제망(CPN)을 운영한다. 송금 금융기관이 자금을 USDC로 바꿔 보내고, 수취 금융기관은 이를 현지 통화로 전환해 지급한다. 카츠 부사장은 “참여 기관은 각 지역에서 필요한 라이선스를 갖춰야 한다”며 “서클은 이들을 연결하고 결제를 조정하는 기술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를 개최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주도하고 어떻게 활용할지와 함께, 건전한 생태계를 위한 시장 구조와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한다”며 “일부 금융기관과 대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참여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