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제재 공감하지만”…식품업계, 가격재결정 기준 구체화 촉구

입력 2026-09-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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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가격재결정명령 법제화 추진…반복 담합엔 영업정지 등 제재 강화
업계 “원재료·환율·물류비 등 사후 원가 변동 반영할 기준 필요”
“가격 인상 지연으로 원가 부담 누적 우려”…전문가 “제재 수위 단계적 강화해야”

(생성형 AI 제작)
(생성형 AI 제작)

당정이 반복적인 담합을 막기 위해 가격재결정 명령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영업정지·등록취소 등 제재 강화에 나서면서 식품업계가 가격 결정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담합 억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원재료 가격과 환율 등 시장 여건의 변동을 정상적인 가격 결정 과정에 어떻게 반영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이날 반복 담합 근절을 위한 입법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공정거래법상 시정조치의 한 유형으로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의 가격재결정 명령’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그 밖에 필요한 시정조치’를 근거로 가격재결정 명령을 부과하고 있다. 당정은 가격재결정 명령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 시정조치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기로 했다. 17개 업종을 대상으로 5년 이내 2회 이상 담합한 사업자에 대해 등록취소·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하도록 공정거래법과 개별법 개정을 추진한다. 담합 처분 시효를 현행 12년에서 최대 15년으로 연장하고, 교육청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공 입찰 정보를 공정위의 입찰담합 징후 분석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밀가루·설탕 등 주요 식품 원재료 시장에서 담합을 잇달아 적발했다. 밀가루 시장에서는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 등 7개사가 공급가격과 물량을 합의한 것으로 판단해 과징금과 가격재결정 명령을 부과했다. 설탕 담합 사건에서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사가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한 것으로 판단해 과징금과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을 부과했다.

식품업계에서는 가격재결정 명령의 취지와 별개로 실제 가격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 변동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밀가루와 설탕은 원재료 가격과 환율뿐 아니라 물류비와 제조·가공비용, 수급 상황 등 여러 요인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시세뿐 아니라 물류비와 제조·가공비용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해 가격을 결정한다”며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등 시장 여건까지 고려하면 특정 시점의 원가만으로 적정 가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밀가루와 설탕은 가공식품과 달리 가격 결정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원재료가 제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라며 “원맥과 원당의 시세뿐 아니라 전 세계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발생했을 때 가격을 적기에 조정하지 못하고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기업의 정상적인 가격 결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재결정 명령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재결정 명령에 기업이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담합에 대한 제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미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은 기업에 추가적인 가격 결정까지 강제하는 것이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가격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담합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원맥·원당 시세와 가격 변동을 공개하고 원가연동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원당은 선물 등을 통해 수개월 전에 구매하는 구조여서 국제 원당 가격 변동이 실제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복 담합에 대한 제재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위반 정도에 따른 단계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과징금을 대폭 높이고, 반복 횟수에 따라 단기간 영업정지를 병행하는 등 제재 수위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다만 담합 이전 수준으로 가격을 일률적으로 되돌리는 방식은 기업 경영에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과징금과 가격재결정 명령을 병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식품업계에서는 향후 가격재결정 명령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담합 이전의 경쟁가격을 어떻게 산정할지뿐 아니라 담합 이후 발생한 원재료 가격과 환율, 물류비 등의 변동을 어느 범위까지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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