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獨은 묶고 韓은 쪼갠다⋯해외디자인 10건 중 9건 ‘하나씩’ [K브랜드의 방패 ②]

입력 2026-09-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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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디자인 출원 88.5%⋯건당 평균 1.5개
국가별 심사 대응·제품 개발 주기 등 영향
관리 편의성 높지만 비용·행정 부담도 커

▲(AI 이미지 편집)
▲(AI 이미지 편집)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제품 디자인을 보호하는 방식은 ‘하나씩 출원’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 여러 디자인을 하나의 국제출원으로 묶을 수 있지만, 한국의 헤이그 국제디자인 출원은 10건 중 약 9건이 디자인 하나만 담는 방식이다. 복수 디자인을 묶는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 등과 대비된다. 국가별 심사기준 차이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제품 개발 일정에 맞춰 디자인을 개별적으로 관리하려는 실무적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8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헤이그 연례보고서 2026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헤이그 국제디자인 출원 가운데 디자인 하나만 포함한 단일 디자인 출원 비중은 88.5%로 주요 출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체 헤이그 출원의 단일 디자인 비중인 59.6%를 크게 웃돌았으며 미국(48.1%)과 독일(31.2%)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았다. 한국의 출원 한 건당 디자인 수는 평균 1.5개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적었다.

헤이그 제도는 하나의 국제출원으로 여러 국가에서 디자인 보호를 신청하는 제도다. 로카르노 국제분류상 같은 물품류에 속하는 경우 한 번에 최대 100개의 디자인을 포함할 수 있다. WIPO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비교적 최근 헤이그 제도에 가입한 아시아 국가들이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오래된 회원국보다 출원 한 건에 포함하는 디자인 수가 적은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단일 디자인 출원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신상은 남아이피그룹 변호사·변리사는 “지정국별 심사제도의 차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디자인별 사건관리를 보다 명확하게 하려는 전략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디자인을 하나씩 출원하면 복수 디자인 특유의 단일성 문제를 피하면서 각 디자인의 심사와 거절 대응, 포기 여부 등을 단순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품 개발 일정도 출원 방식을 좌우한다. 전자·가전·화장품처럼 제품 교체가 빠르고 디자인 변형이 잦은 산업에서는 개별 모델과 프로젝트 일정에 맞춰 디자인 자산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아모레퍼시픽 등에서 디자인 실무를 경험한 이길옥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산업구조뿐 아니라 제품 개발 방식과 기업별 IP 출원 관행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그는 “개발 주기가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제품들은 제품모델, 프로젝트 단위의 개발일정과 함께 관리되는 경우가 많아 디자인도 프로젝트 주기에 맞춰 개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반면 여러 디자인을 묶으면 출원 건수를 줄여 비용을 아낄 여지가 있다. 하나씩 출원하면 기본 절차와 사건관리가 반복돼 비용과 행정 부담이 늘 수 있다. 단일 디자인 출원 비중이 높다고 해외 보호에 더 적극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디자인 10개를 각각 출원하든 한 건에 묶든 보호를 신청한 디자인 수는 같다. 신 변호사는 “88.5%는 ‘얼마나 많이 보호하느냐’보다는 ‘어떤 단위로 출원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면서 “해외 보호의 적극성을 평가하려면 출원 건수뿐 아니라 실제 포함된 디자인 수, 지정국 수, 출원기업의 저변 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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