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 시효 최대 15년으로…담합 가격 재결정도 명문화

설탕·밀가루 등 생활 필수 품목에서 담합이 되풀이되자 당정이 반복 담합 사업자의 영업을 정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부 업종은 등록취소까지 가능하게 한다. 과징금을 부과한 뒤에도 담합으로 오른 가격이 유지되지 않도록 가격을 다시 정하라는 명령의 근거도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8일 국회에서 ‘반복담합 근절을 위한 입법 추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5개 입법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병덕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회의 후 “반복 담합의 기준은 5년 이내에 두 번 적발되는 것”이라며 “17개 업종에 반복 담합 사업자의 등록취소·영업정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소방시설업·전기공사업·전력기술 설계·감리업·측량업과 관련된 4개 법률에는 등록취소와 영업정지 근거를 함께 둔다. 의약품 제조·수입업, 석유 정제·판매업, 폐기물처리업, 여객·화물 운송업 등 나머지 13개 법률에는 영업정지 근거를 마련한다. 공정위가 반복 담합을 적발해 관계 부처에 제재를 요청하면 해당 부처가 업종별 법률에 따라 처분하는 방식이다.
제재 강화의 배경은 같은 분야에서 담합이 거듭된다는 점이다. 공정위 안건 자료에 따르면 설탕 제조사들은 2007년 장기간 가격 담합으로 제재받았으나 올해 다시 4년간 이어진 담합이 적발됐다. 밀가루 업계도 2006년 가격·생산량 담합으로 제재받은 데 이어 올해 6년간의 담합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올해 설탕·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등 관련 매출액이 20조원대인 담합 사건을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에서 “반복되는 적발과 처벌을 넘어 담합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방지해야 한다”며 “담합으로 얻는 이득보다 그 대가가 더 크다는 선명한 경고를 시장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담합을 찾아내 제재할 수 있는 기간도 늘린다. 지금은 담합이 끝난 날부터 7년 안에 조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10년으로 연장한다. 조사 시작일부터 처분까지의 기한은 5년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처분이 가능한 최장 기간은 12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은밀하게 이뤄져 뒤늦게 드러난 담합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교복·교육 기자재 입찰 담합을 찾기 위해 교육청 발주 입찰 정보도 공정위의 입찰담합 징후 분석 시스템(BRIAS)에 제공하도록 법을 고친다. 현재 일부 정보는 조달청의 협조로 연계되고 있지만 교육청의 자료 제공 의무는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한 업체들이 서로 가격을 맞추지 않고 경쟁하던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하는 조치다. 공정위는 밀가루·전분당 담합 사건 등에서 이미 이 명령을 내렸다. 다만 현행법에는 ‘그 밖에 필요한 시정조치’라는 포괄적인 근거만 있어, 업체가 형식적으로 가격을 다시 정한 뒤 높은 가격을 유지해도 명령 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당정은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이라는 기준을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담합을 자진신고한 업체에도 가격 재결정 등 시정조치는 적용한다. 과징금과 형사 고발에 대한 감면 혜택은 유지하되,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바로잡을 책임은 면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