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는 "예전 공고문 양식을 재사용하면서 기존 내용을 삭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경기도 감사위원회는 참여기업이 공고문을 믿고 지원한 만큼 공고와 다른 평가·선정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8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2026년 제2차 공공기관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종합감사 결과보고서'와 처분요구서 17건을 보면 경기도감사위원회는 5월20일부터 29일까지 7일간 이 회사를 감사했다. 감사범위는 2021년 9월 1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 업무 전반으로, 2021년 이후 5년 만의 종합감사다.
행정상 조치는 17건이다. 기관경고 2건, 주의 12건, 개선 1건, 통보 10건으로 한 지적사항에 주의와 통보가 함께 내려진 중복 처분이 포함됐다. 신분상 조치는 훈계 3명, 주의 3명 등 6명이다. 회수·부과 등 재정상 처분은 없었다.
△ 공고는 '7명 평균 70점'…실제 선정은 채널별 심사위원 1명
기업의 당락이 실제로 달라진 첫 지점은 국내 미디어 연계 판로지원 사업이었다.
회사는 도내 중소기업 제품의 홈쇼핑·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지원하면서 전문MD 심사위원 7명의 평가점수를 합산·평균해 70점 이상인 업체 가운데 고득점 순으로 지원기업을 선정한다고 공고했다. 심사위원 7명은 각각 다른 회사 소속이었다.
실제 선정은 달랐다. 7명의 평균점수로 순위를 매기지 않고 각 채널사 심사위원 1명이 자신이 속한 채널에서 방송할 기업을 골랐다. 감사위원회는 공고대로 평가했다면 70점 이상으로 합격했어야 할 기업이 탈락하고, 70점 미만으로 불합격했어야 할 기업이 지원 대상이 됐다고 확인했다. 공개용 자료에서 해당 기업 수는 비식별 처리됐다.
회사의 해명도 감사보고서에 그대로 담겼다.
회사는 채널별 업체 선정 방식으로 사업을 계획했으며 '심사위원 7명의 점수를 합산·평균해 70점 이상 고득점 순으로 선정한다'는 문구는 이전 공고문 양식을 재사용하면서 삭제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기업에 같은 기준을 적용했으므로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도 냈다.
감사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재된 심사위원회 개최 계획에서도 채널별 심사위원 1명이 자기 채널의 지원기업을 고른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고, 실제 결과 역시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심사위원의 채널에 그 기업이 배정된 형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는 애초 구상한 선정 방식이 달랐다면 사업계획과 공고문을 수정해 결재받고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문구가 단순 실수로 남았더라도 심사위원 1명이 지원기업을 정하는 방식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기업들이 공고문을 토대로 지원한 이상 공고와 다른 평가·선정은 신뢰 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결론지었다.
△ 수출지원 50개사도 계산 오류…합격·예비합격 뒤바뀌어
당락이 달라진 사례는 수출지원에서도 나왔다.
회사는 수출기업의 해상운임 물류비를 지원하는 수출매칭사업에서 50개사를 선정하기 위해 외부 심사위원 3명의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는 지원 필요성 10점, 제품 경쟁력 30점, 기업역량 10점, 기대효과 10점, 판매적합도 40점을 합한 10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점수 계산이었다. 심사위원 3명의 평가점수를 실제와 다르게 계산하면서, 제대로 계산했다면 합격했을 업체가 예비합격으로 밀렸고 예비합격 대상이던 업체가 합격 대상으로 선정됐다.
지원 순서도 지적됐다. 선정된 업체가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는데도 사업계획 변경이나 별도 기준 없이 수출활동 계획서 등 서류를 먼저 냈다는 이유로 일부 예비합격 업체에 기존 합격업체보다 먼저 물류비를 지원했다. 예비합격 업체 사이에서도 순위를 건너뛴 사례가 있었다.
감사위원회는 이 과정이 지원기업 선정과 지원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저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적시했다.
해외 판로지원에서도 심사절차가 도마에 올랐다. 중국 오프라인 판로지원 사업은 법 위반 기업에 평가 총점의 20%를 감점하도록 공고했지만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기업을 선정했고, 선정기업 가운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있는 기업도 포함됐다.
해외유통망 진출지원 사업에서는 심사위원 점수를 두 차례 잘못 합산했다. 이 경우 기업별 점수와 순위는 달라졌지만 최종 합격·불합격까지 바뀌지는 않았다. 감사위원회는 평가점수를 다시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하고, 선정 뒤 과거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기업은 경기도에 참여자격 제한을 의뢰하도록 요구했다.
△ 53개 사업 1인 견적 수의계약…한 사업은 계약 쪼개 발주
계약분야에서도 기관경고가 내려졌다.
감사위원회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등 53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추정가격 2000만원을 넘는 용역인데도 유통업계 인프라와 네트워크 이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특정 업체를 정한 뒤 1인 견적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경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감사위원회 판단이다. 계약 상대 업체 수는 공개용 자료에서 비식별 처리됐다.
홈쇼핑 방송지원사업에서는 처음부터 하나의 사업으로 검토했던 계약을 판매제품과 방송편성 일정이 다르다는 이유로 추정가격 2000만원 이하 여러 건으로 나눠 특정 두 업체와 수의계약한 사실도 지적됐다.
계약을 해지하고도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디지털 SOC 구축사업의 가맹점 영업·관리 용역은 과업 이행 문제로 이행률 27.8% 상태에서 중도 해지됐지만 회사는 계약보증금을 귀속하지 않았고 입찰참가자격 제한 절차도 밟지 않았다.
회사는 실제 과업 수행분에 대한 대가를 지급했고 실적 기준으로 정산하는 계약이라는 점을 들어 계약보증금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소명했다. 감사위원회는 계약해지 사유와 회사가 업체에 보낸 사전안내 내용을 근거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기성부분을 제외한 계약보증금을 환수하고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필요한 후속조치를 이행하도록 통보했다. 감사 총괄표상 재정상 처분과 별개로 내려진 후속조치 요구다. 계약금액과 보증금 액수는 공개용 자료에서 가려졌다.
△ 도·시의원에게 명절선물…주말·심야 법인카드도 기관경고
업무추진비와 예산 집행 역시 기관경고 대상이 됐다.
명절선물 지급 대상이 규정을 벗어났다. 감사보고서에는 재직 임직원이 아닌 도·시의원과 주요 거래처 임직원, 관계기관장 등 외부 관계자에게 명절선물을 지급한 사례가 기재됐다. 화환·화분과 축의·부의금품 집행에서도 지급대상을 벗어난 사례가 나왔다.
법인카드 사용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법정공휴일과 주말, 오후 11시 이후 심야시간, 주류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업종에서 업무추진비를 쓰면서 직무 관련성을 입증할 객관적 증빙을 갖추지 않았다. 건당 50만원 이상을 집행하면서 상대방의 소속·주소·성명을 기재한 증빙을 내지 않았고, 같은 장소에서 50만원 미만으로 나눠 연달아 결제한 사례도 적발됐다.
예산의 목적 외 사용과 회계연도 독립원칙 위반도 지적됐다. 법인카드 사용으로 쌓인 포인트를 연 1회 이상 세입 처리해야 하지만 수년간 처리하지 않았다.
△ 승진명부 다시 계산하니 순위 뒤바뀌어
인사 분야에서는 승진후보자 명부 작성부터 인사평가, 의원면직, 채용 공개까지 잇따라 지적됐다.
회사는 승진후보자 명부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승진 대상자를 추천했다. 대리 승진에 필요한 최저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한 직원도 후보 명부에 넣어 추천했다. 다만 이 직원은 실제 승진 발령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인사평가 점수 반영방식도 규정과 달랐다. 상·하반기를 나눠 반영해야 할 평가점수를 합산해 명부를 작성했다. 감사위원회가 정상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자 차장·과장·대리 승진 대상자의 명부 순위가 모두 바뀌었고, 과장 승진에서는 3위와 4위가 뒤바뀌었다. 처분요구서는 적정한 명부가 인사위원회에 제출됐다면 실제 추천자와 다른 직원이 승진 대상자로 추천됐어야 했다고 명시했다.
인사평가에서는 부서원의 등급을 계획대로 배분하면서 본부장·실장 등 관리자급은 계획과 달리 등급을 상향해 임의 배분했다. 일부 부서원의 평가등급은 정해진 조정 한도를 넘어 변경됐다.
의원면직 과정에서는 퇴직 희망일 30일 전에 사직원을 받아야 하는데도 대부분 퇴직 직전에 처리했고, 자체 감사부서에 통보됐거나 내사 중인 비위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면직한 사례가 지적됐다.
채용에서는 최종 합격자 발표일까지 공개해야 할 선발인원·합격인원·응시인원·합격선을 공개하지 않았고, 신규 채용 직원 가운데 임직원 친인척에 해당하는 직원 수도 공개하지 않았다. 감사결과보고서는 과거 채용공고를 확인할 수 있는 게시판 자체가 없다고 적시했다.
복무 관리에서도 규정 위반이 나왔다. 일부 임직원이 외부강의를 하고 신고기한 5일을 넘겼으며 한 사례는 33일 뒤에 신고했다. 월 6시간을 넘는 외부강의를 하면서 대표이사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출장 전날 공용차량을 집으로 가져간 뒤 다음 날이나 이틀 뒤 출장지로 출근하거나 배차신청 없이 차량을 쓴 사례도 적발됐다. 회사는 감사 과정에서 GPS 관제시스템을 도입하고 배차신청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2016년 11월 설립된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는 중소기업의 국내외 판로지원과 공공 디지털 SOC 사업 등을 수행한다. 2026년 3월 31일 기준 정원은 52명, 현원은 계약직 10명을 포함해 53명이다. 예산은 2021년 317억7300만원에서 2025년 678억99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감사대상기관 현황에는 당시 기관장이 공석으로 기재돼 있다.
경기도 감사위원회는 지원기업 선정과 승진후보자 명부 작성을 부적정하게 처리한 관련자에게 훈계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관계자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특히 수의계약과 업무추진비·예산 집행에는 기관경고를 내리고 내부규정 정비와 평가점수 검증체계 도입, 계약보증금 환수 등 후속조치를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