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12만건으로 저작권 침해 1위…러시아·인디 사례 급증
“국가·언어·장르별 대응 필요…실효성 있는 보호 체계 갖춰야”

해외에서 불법 유통돼 한국 정부가 삭제 요청한 국내 콘텐츠가 올해에만 48만건이 넘었지만, 10건 중 6건은 온라인상에 버젓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콘텐츠가 한류를 타고 퍼지면서 저작권 침해 사례도 특정 국가나 분야를 넘어 다양한 언어권으로 번지고 있다.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해외에서 현지 언어로 번역돼 불법 유통된 K콘텐츠에 대한 삭제요청은 총 48만20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제 삭제된 건수는 19만4565건으로, 전체 요청 건수의 40.5%에 그쳤다.
최근 연도별 삭제요청 대비 실제 삭제 비율은 △2022년 54%(18만4025건) △2023년 41.8%(20만9033건) △2024년 27.4%(22만8981건) △2025년 37.5%(24만3374건)이다. 2024년까지 하락한 삭제율은 지난해부터 반등했지만,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체 불법유통 건수가 증가하며 K콘텐츠 저작권 침해 사례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분야별로는 웹툰에 피해가 집중됐다.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웹툰 삭제요청은 34만2285건으로 각종 콘텐츠 중 해외 불법유통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어 드라마·예능 등 방송(11만8052건), 출판(1만4767건), 영화(3790건), 게임(648건), 음악(208건) 순이었다. 지난해 웹툰 삭제요청은 46만9313건이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8개월 만에 34만건을 넘기며 지난해 전체의 72.9%에 육박했다. 웹툰 불법유통은 2022년 12만734건, 2023년 20만5116건, 2024년 39만3038건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언어별로는 영어로 번역돼 불법 유통된 콘텐츠가 11만913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러시아어(9만4372건), 인도네시아어(7만1749건), 중국어(6만3113건), 베트남어(4만7257건), 태국어(2만6742건) 순이었다. 특히 러시아어와 인도네시아어로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어권의 경우 2024년 6만8133건에서 지난해 7만8164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에는 8개월만에 지난해 전체보다 20.7% 증가했다.
문체부 등은 불법으로 K콘텐츠를 게재하는 해외 사이트를 확인해 운영진에게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해외에는 국내 저작권 관련법을 적용할 수 없어 삭제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범죄가 발생한 국가를 기준으로 관할권을 적용하는 속지주의가 적용돼서다. 문체부 관계자는 “해외 사이트 운영자가 한국 측의 삭제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는 한계도 있지만, 최대한 삭제요청을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는 콘텐츠 제작자 수익성과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만큼 적발과 삭제 요청을 넘어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침해가 집중되는 국가와 언어권, 장르별 특성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며 “불법유통을 얼마나 찾아냈는지에 그치지 않고 어떤 사이트와 플랫폼에서 어떤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침해되는지 파악하고 해외 플랫폼과의 협력과 신속한 삭제, 법적 구제를 연계하는 실효성 있는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