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투자해야”⋯수천조 붓는 K-반도체 '국내외 변수'에 속도전 [AI 투자 골든타임의 덫]

입력 2026-09-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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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2100조ㆍSK AI메모리 1100조 투자 청사진
AI 수요 선점 위해 생산능력 확보 경쟁 가속
전력ㆍ노동·인허가 국내 난제⋯美 현지생산 압박까지
투자 규모 넘어 ‘제때 짓고 돌리는 능력’ 경쟁력으로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의 승부처가 ‘투자 규모’에서 ‘투자 실행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수천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청사진을 내놨지만 전력망과 노동 규제, 인허가 등 국내 과제에 미국의 현지생산 압박까지 겹치고 있다. AI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계획한 생산능력을 얼마나 제때 확보하느냐가 K-반도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40년까지 국내에 약 2450조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약 2100조원을 반도체에 투입할 계획이다. 용인과 기존 반도체 단지에 1650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천안·온양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장과 광주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만 시설과 연구개발(R&D)에 110조원 이상을 집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SK하이닉스도 용인·청주·호남을 연결하는 AI 메모리 생산벨트에 중장기적으로 1100조원을 투자한다. 용인 600조원, 청주 100조원, 호남권 400조원 규모다. SK는 생산능력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투자 일정을 앞당겨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가 반도체에 제시한 중장기 투자액만 3200조원에 달한다.

당장 전력망 구축부터 난제다.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지만 신규 발전설비와 장거리 송전망을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지역 주민 수용성 확보도 쉽지 않다. 특히 용인·평택 등 수도권 반도체 거점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송전망 확충 속도가 실제 공장 건설 일정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전남광주 광산구 광산구청 청사에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전남광주 광산구 광산구청 청사에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새로운 호남 반도체 거점도 전력과 용수 확보가 관건이다. 호남에 계획된 팹 4기의 전력 수요는 광주·전남·전북 현재 연간 전력 사용량의 70~80%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요한 용수도 하루 약 65만t(톤)으로 추산된다. 송전망과 발전시설 구축 과정에서 지역사회와의 협의도 풀어야 한다.

노동 제도 역시 변수다. 정부가 호남 메가특구 연구직에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첨단 R&D는 개발 일정에 따라 업무량이 집중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자국화 기조가 투자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과 관세, 공급망 정책을 통해 첨단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에도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현지 생산 확대에는 비용과 사업 리스크가 뒤따른다. 높은 인건비와 건설비에 전력·용수, 인허가와 지역사회 협의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 짓고 있는 40억달러 이상 규모 HBM 첨단 패키징 공장도 부지 용도변경을 둘러싼 주민 소송이 12월 본안 재판에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는 수십조원의 자금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 인허가, 노동제도까지 장기간 맞물리는 사업”이라며 “기업이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린 뒤 계획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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